경제·금융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장(송현칼럼)

요사이 우리 기업들이 경제의 어려움을 정부책임으로 돌리고 정부에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면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물론 경제가 어려운 최종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겠지만 이렇게까지 어렵게 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누가 그 원인을 제공했는지 한번은 반성을 해야 하겠다. 구체적으로 이제까지 우리 기업들의 성장은 국내시장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새사업으로 진출하고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시설을 확대하였으며 이러한 무리한 전략이 때로는 오히려 대규모로 확장한 후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손해를 보전받는 유리한 전략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단기자본을 조달, 장기투자에 활용하고 자기자본비율이 10%미만이 되거나 부채비율이 몇천%가 되더라도 약간의 이익만 남으면 계속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더욱이 기업의 투자가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기업총수의 취향에 따라 좌우되어 회장이 스포츠를 좋아하면 리조트사업에 투자하고 자동차를 좋아하면 자동차부문에 진출해 천문학적 투자가 감행되고는 하였다. 결국 우리 경제에서 기업들이 한 분야에 전념해 세계에서 일류가 되기보다는 엄청난 부채를 감수하며 몸체를 키우는 전략이나 이것저것으로 다각화, 첨단 전자부문에서부터 부엌의 밥장사까지 전부가 사업의 노하우라 하여 확대해 나간 것이다. 이러한 우리 기업들의 모습은 근시안적으로 국내기업끼리 국내시장에서 경쟁할 때 유효한 전략일지 모르나 세계화 속에서는 기본이 무시된 것이다. 또 요사이 증권시장의 주가하락도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투자자에 대한 배려를 각별히 했어야 했다. 즉 매년 수익이 있으면 배당도 충분히 하여 다시 그 자금이 증권시장에서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경우 이익이 있더라도 사내유보라는 미명하에 투자자에게 돌려주기 보다는 사업확충에 쓰다보니 증권투자자들의 유일한 이득은 주가상승에 달려있게 된다. 결국 주가상승이 증권시장의 게임이 되다보니 주가조작도 시도하게 되고 배당에 의한 수익보다는 증권매매에 의존, 주가등락은 더 커지게 되어 주가하락시에는 서로들 앞다투어 투매를 하게 되므로 현재 주가가 5년이래 최저가로 내려가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누구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각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제일 큰 몸체기업이 되기보다는 세계시장에서 일등가는 기업이 되도록 사업도 전문화하고 「경영의 기본」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다. 경영의 기본이란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지만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사항들이다. 예를 들어 재무비율에서 부채비율이 어느 정도 높으면 기업이 위험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를 무시한 무리한 확장은 자승자박의 길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요새 한창 논의되고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기업의 구조조정을 정부에 맡기기보다는 기업들 스스로가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도 경영의 기본에 맞게끔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기업의 구조조정은 그 기업의 주력사업을 살리고 비주력사업이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을 정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어찌된 영문인지 비주력사업이나 수익성 전망이 낮은 사업은 보존하고 전망이 좋은 사업이나 주력사업을 정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예측은 낙관적이기보다는 비관적으로 보는 관점이 더 우세하다. 특히 외국기관들의 예측은 내년도 경제성장이 3%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하여 변화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만약 내년도 우리 경제가 3%대의 성장에 그친다면 과거 우리 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한 더 많은 기업들이 도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정부의 책임을 묻기 보다는 스스로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기업들이 튼튼하고 기본이 잘 되어 있다면 요사이와 같이 경제가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업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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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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