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4일 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앞다퉈 변호사수 감축,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같은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감안한 공약이지만 법조 삼륜의 한 축인 변협 회장 선거가 '변호사 일자리 지키기'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리 변호사 근절이나 변호사 윤리 교육 강화 같은 공약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변호사 사회가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법조 개혁 분위기와 동떨어진 인식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 모두 변호사 수 감축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인 오욱환 후보와 전 서울변회장인 김현 후보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800명으로 줄이고 변호사 예비시험 합격자 200명을 더해 1,000명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인 양삼승 후보는 로스쿨 출신 1,000명에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여기서 200명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변회장인 위철환 후보 역시 신규 변호사 수 감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모두 현행 로스쿨 변호사 선발인원인 1,600명선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다.
이 같은 공약에 대해 변협이 앞장서 법조계 진입 장벽을 더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조 선배들이 이제 막 법조인을 배출하기 시작한 로스쿨 출신 후배들의 수를 제한한다는 비판이다. 로스쿨 측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줄이면 로스쿨 수업이 시험 위주로 진행되고 교육의 다양성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또 후보 모두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고 변리사ㆍ법무사 등이 소송 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일자리 사수'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변호사 강제주의는 모든 소송에서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사자가 소송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충분한 변호사 수가 전제돼야 하는 제도여서 변호사 수 감축 공약과는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나머지 공약도 성공보수 선(先)예치제도 도입 같은 변호사 이해관계와 밀접한 것이 많다.
일선 변호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중소 법무법인(로펌)의 변호사는 "그만큼 현재 변호사 업계가 위기라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변호사들도 먹고 사는 문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 여성 변호사도 "전에는 변협 회장이 명예직이었다면 지금은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자리가 됐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공익성을 위한 공약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중소 로펌 변호사는 "변호사의 이익을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공약 대부분이 '변호사만을 위한 것'인 경우 밖에서 보기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법조개혁 목소리 등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