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퇴진운동 가능성 시사한나라당은 21일 지난 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350억~400억원`과 `시민 혁명` 발언에 대해 “사법적ㆍ 정치적 책임을 지라”며 파상공세를 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노사모 집회 발언을 두고는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이 다시금 분명히 드러난 만큼 벼랑 끝 승부가 불가피하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SBS `염재호의 시사진단`에 출연,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발언에 대해 “선거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중요한 언급”이라며 “국민들에게 책임을 면할 도리가 없다”고 공격했다.
또 이재오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초법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민에게 호소할 단계가 지났으며, 중대한 결심을 할 때가 됐다”고 `대통령 퇴진운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대통령이 시민혁명을 주도한다는 발언을 하다니 대통령을 그만두고 재야투사가 되겠다는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민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국회 보이콧, 특검 등의 강수를 뒀지만 결과적으로는 `차떼기 대선자금 500억원`으로 상징되는 수세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검찰 수사에서 `불법대선자금 뭉칫돈이 더 나올 것`이란 소문이 나도는 등 돌출변수로 인해 당이 다시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특검 카드로 검찰을 압박하는 것 외에 아직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강경 일변도의 투쟁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장의원은 “파블로프 개가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리는 것처럼 우리당도 조건반사적으로 투쟁 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지도부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정국을 주도해나가기 보다는 대통령의 문제성 발언이나 검찰 수사 결과에만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특검 카드를 전가의 보도인양 꺼내 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향후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정국대응방식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패거리 정치… 사전 선거운동"
민주당, 대선자금 특검엔 반대
민주당은 21일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 행사 참석을 두고 "패거리 정치"라고 비난하면서 본격적인 `민생 챙기기`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대치 정국에서 다른 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시민혁명` 발언에 대해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라면서 "22일 상임중앙위원회를 열어 선관위 고발 등을 포함한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성순 대변인은 "대통령은 패거리 대장이 아니다"라며 "노사모 행사에서 박수나 치고 앉아 있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대통령만 쳐다보는 `노바라기당`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선자금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수사대상이기도 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특검법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 아래 특검법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검찰수사를 지켜본 뒤 미진할 경우 그때 가서 우리가 특검법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순형 대표는 22일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와 23일 전방부대 방문을 하는 등 연말까지 민생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민생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정치개혁 의지… 野 과민반응"
열린 우리당, 일부 소장파들 "부적절"
열린우리당은 21일 노무현 대통령의 `시민혁명` 발언 등과 관련,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야당에 부풀리기식 정치공세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대통령의 발언과 일정에 대한 당의 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동채 홍보위원장은 "야당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시민의 부패척결 운동에 자신들이 휩쓸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신기남 의원도 "대통령이 평범하고 힘없는 백성에게 정치개혁과 지지를 호소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선자금 발언 역시 대통령이 솔직하게 말한 것인데도 야당이 새로운 말을 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그러나 안영근 의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은 "대통령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지자들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품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안 의원은 "당의 의견을 수렴,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이 항상 `대통령의 뒷수습` 역할만 해서는 국민에게 여당으로서의 안정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