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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등 판매시설 위주로 개발돼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민자역사 개발이 호텔ㆍ소형주택 사업 등으로 선회하면서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의선 가좌역에서 용산역으로 이어지는 용산선을 지하화하면서 개발되는 민자역사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민자역사 사업은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토지소유자인 코레일과 민간이 공동 출자로 역사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이를 30년간 운영한 뒤 코레일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특히 용산선 지하화 구간 역세권 개발은 기존 백화점ㆍ쇼핑몰 등 유통업 일변도의 개발방식에서 탈피해 관광호텔ㆍ도시형생활주택 건립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업을 위해 서울시와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 홍대역사는 50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 자문을 받은 후 현재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 중인 공덕역사 개발에도 호텔 건립안이 포함됐다. ㈜신영ㆍ쌍용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주관 후보자로 선정돼 사업추진 협약을 체결한 상태인 서강역에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며 서울시와 기본계획안을 협의하고 있는 성북역사에도 '노보텔 앰배서더 성북' 호텔이 들어서게 된다.
이처럼 민자역사 개발방식이 호텔ㆍ소형주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최근 시장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판매시설 위주로만 개발된 기존의 민자역사가 심각한 자금ㆍ운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자역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20곳 중 5곳은 시행사 파산, 검찰수사, 공사중단, 건축허가 취소 등으로 사업이 올 스톱된 상태다. 나머지 15곳 중에서도 7개 역사 운영회사가 2011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민자역사 개발 모델은 자금수급 문제 때문에 대형할인점ㆍ쇼핑몰 등 빠른 사업비 회수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 때문에 사업 모델 역시 대형할인점ㆍ쇼핑몰 등으로 획일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서울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사업성을 고려해 호텔을 짓게 된 것"이라며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의 숙박수요는 4만237실에 달하지만 객실 수는 2만5,160실에 그치고 있다. 오는 2016년 객실 수가 4만6,617실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1만7,968실이 부족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역시 민자역사 호텔건립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호텔 연면적의 5% 범위까지 이를 공공기여로 인정해주고 있다.
박용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홍대역ㆍ공덕역 등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사업비 회수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