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유럽의 재정 위기와 미국ㆍ중국 등의 성장 둔화로 인한 글로벌 무역 환경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무역강국의 흔들림 없는 위상을 확고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나라가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글로벌 선두급 무역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수출 확대, 서비스 산업 강화, 강화되고 있는 각국의 보호무역에 대한 대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올해 3년 연속 세계 수출순위 7위 자리를 유지하고, 무역 순위는 8위로 한 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 무역은 2년 연속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무역 G8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우리 나라는 2010년부터 세계 수출순위 7위를 유지하면서 6위인 프랑스와의 수출금액 격차를 계속 좁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9월 현재 프랑스와의 수출금액 격차는 153억 달러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도 수출 대형주 품목간 보완적 관계가 우리 수출의 위기 극복에 힘을 실었다고 분석한다. 실제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선박 수출이 급감하고 해외생산 확대에 따라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크게 감소했지만 석유제품, 자동차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그동안 우리 수출은 소수 대형주 품목의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수출 대형주 품목들간 보완적인 포트폴리오가 위기 시 수출 하방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중소형 가치주 수출 품목의 활약도 눈에 띈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도 불구, 중소기업의 생산비중이 높은 자동차 부품 및 일반기계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시현하면서 올해 수출 비중이 각각 4.5% 및 8.8%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은 해외 완성차 생산공장 및 글로벌 기업으로의 수출, 일반기계는 경쟁력 향상 및 시장다변화를 통해 수출을 증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의 중소기업 생산 비중은 75.4%, 전체 광업ㆍ제조업의 중소기업 생산 비중 47.7%에 달한다.
자유무역협정(FTA)도 위기 극복에 한 몫 했다는 평가다. FTA가 발효된 지역에 대한 수출이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유지한 것. 실제 재정위기로 수요가 위축된 유럽연합(EU)과 인도를 제외한 미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ASEAN) 등 주요 FTA 발효국으로의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해 7월 한ㆍEU FTA 발효 이후 1년간 관세수혜품목은 EU의 대 한국 수입이 18.4% 증가했다. 반면 EU가 우리나라에 대해 관세를 철폐 및 인하한 품목의 여타 경쟁국(일본, 대만, 중국)에 대한 수요는 모두 감소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를 잘 헤쳐 나온 한국이지만 앞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유럽의 재정 위기가 여전히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의 부채 문제는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은 지나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는 이 기간 동안 무역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점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역협회와 KOTRA가 중소기업 수출 확대 지원에 총력을 다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제품을 견제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개 각국 정부들이 보호무역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곤 한다"며 "최근에도 몇몇 나라들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경제 위기의 돌파구가 보호무역이 아니다라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