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시론] 경제적 갈등 해소의 길

KDI경제정보센터 소장 宋大熙MIT의 폴 사무엘슨 교수는 한국은 경제위기 1년만에 『찬사를 받을 만큼 놀랍게 회복되고』있다고 평가하였고, OECD의 도날드 존스턴 사무총장도 한국은 심각한 구조문제를 「빠르게 고치고」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위기에 따른 갈등과 아픔의 표출이 점차 증폭되고 있어 또다시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IMF경제위기 초기부터 한국경제를 분석해온 월 스트리트 저널의 마이클 슈만 기자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돈 커크기자는 최근 한국 노동시장의 불안 등 갈등의 표출에 의한 경제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를 서울발로 계속 타전하고 있다. 실제 노동시장에서의 갈등 표출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 노사분규 건수가 98년 한해동안 97년에 비해 65%나 증가했으며, 금년 들어서는 2월 13일까지 12건이나 발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1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금년 1·4분기중 실업률이 사상최고 9%대에 이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예견되고 있고 또한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의 진통도 1·4분기를 전후하여 발생할 것으로 보여 최근 깊어진 아픔과 갈등의 표출은 금년 상반기중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IMF경제위기 훨씬 이전부터 한국경제는 복잡하고 첨예한 갈등구조와 더불어 발전해 왔다. 한국경제는 선진경제로부터 기술, 제품 및 제도 등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집단, 소극적으로만 수용하는 집단, 그리고 아예 수용을 거부하는 집단간에 갈등구조가 생성되었고 여기에 서구적 가치관과 문화가 전통의식 구조에 뒤섞여 들면서 갈등구조는 더욱 복잡하고 첨예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40여년간 이루어 온 기적적인 고도성장이 빛나는 우리의 자랑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가지 격차와 단층의 심화는 그 그늘 속에 잠복된 우리의 아픔이었던 것이다. 빛이 있는 곳에 그늘이 있듯이 한국경제가 선진경제로 가는 과정에서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갈등과 긴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우리가 국제시장을 외면하고 다른 나라들로부터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외딴 섬과 같은 나라에 산다면 갈등이나 아픔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안정된 선진국권에 진입할 때까지 이 갈등의 현장을 날마다 맞이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지혜가 필요한 것인가? 6.25 이후 최악의 국난이라는 IMF경제위기를 간신히 그것도 상처투성이로 벗어나고 있는 우리들에게 문득 복병처럼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으려 하는 이 갈등으로 인한 사회불안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첫째, 갈등의 존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갈등 속에는 타인의 아픔과 각자의 절박한 입장이 실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왜 우리가 이와같이 아픈 갈등을 겪어야 하는가 하고 반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갈등의 고통이 찾아들면 우리는 차라리 수술 중에 있는 환자가 고통을 감내하는 것과 같이 이를 수용하고 견뎌나가려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 바람부는 계절에는 바람과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의지와 준비가 차라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둘째, 폭력과 탈법은 이미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각종 단체 및 조직들이 탈법적 행동을 통하여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태에 대하여 우리는 이제 충분히 식상해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러한 것을 원하는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투명한 질서가 없었기에 한강변의 경제기적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다. 그렇게 무참한 부끄러움을 당하고도 또 다시 탈법적 경제행위로 자기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이를 방치한다면 우리 경제에 희망은 없다. 셋째, 우리 경제사회가 갈등과 긴장의 고개를 넘어 선진경제로 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나친 간섭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무책임한 방임은 더욱 위험하다. 갈등관계를 중재하여 봉합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은 더욱이 아니다. 스포츠경기는 본질적으로 갈등관계이지만 경기장의 심판은 결코 중재하지 않는다. 사전에 합의한 규칙을 철저히 적용하여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다. 따라서 회사정리법 및 노사관계규정 등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알린 후 이를 공정히 적용하여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정부의 일은 우리가 선진경제로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갈등의 현장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와 결단이 어느 시점보다 절실히 필요한 또 하나의 갈림길에 우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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