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명품 1세대 지고 2세대 뜬다

로고백에 식상·물량 넘쳐 기성 브랜드 가치 뚝뚝

이익 줄고 백화점서 찬밥

로고 없애고 희소성 높인 신흥 럭셔리 백 속속 대체

완판 이어가며 '잇백'으

알렉산더왕 로키백

프로엔자 스쿨러

잘리아니 개츠비

3년 전만 해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광팬이던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로고는 없지만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200만~300만원대 수입 디자이너 브랜드에 꽂혔다. 로고백에 질렸을뿐더러 워낙 병행수입으로 물량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나만의 '잇백'으로 연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존 명품들은 백화점이 아니라 인터넷·아웃렛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훨씬 싸게 살 수 있어 희소가치가 떨어졌다"며 "이제 구찌나 페라가모·펜디·프라다 등의 기성 럭셔리 브랜드로는 남들과의 차별화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소위 '명품'으로 불리던 1세대 럭셔리 브랜드가 지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희소성을 가진 2세대 신흥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명품백의 세대교체'가 급격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브랜드 중심에서 히트 아이템 중심으로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명품백 열풍을 이끌었던 구찌·페라가모·펜디 등 기성 브랜드의 실적은 악화일로인 반면 알렉산더왕·프로엔자스쿨러·필립플레인·잘리아니 등 신흥 럭셔리 백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페라가모 한국지사인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7억751만원으로 전년보다 44.3% 급락하며 2년 연속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페라가모는 위상이 약화되면서 이번 갤러리아 명품관 리뉴얼 때 퇴출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더욱이 페라가모는 지난해 11월 가격을 인상한 후 4개월 만인 지난달 31일 또다시 가방·신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해 빈축을 사면서 고객이탈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특정 모델의 경우 페라가모 개인 병행수입자가 이탈리아 본사에서 가져오는 물량이 페라가모코리아의 수입량을 웃돌 정도로 싸고 다양하다"며 "병행수입 제품이 브랜드 가치를 저하시키면서 페라가모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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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코리아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7억5,0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66.8%나 급감했다. 순이익은 12억8,000만원에서 2억9,000만원으로 77.3%나 감소해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하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버버리코리아의경우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8.8%, 34.9%나 줄었고 구찌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떨어졌다.

콧대 높았던 1세대 브랜드의 고전은 디자인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의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는데다 병행수입이나 아웃렛, 창고개방, 패밀리 세일 등으로 대중화가 가속화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재원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최근 고객 수준이 높아지면서 브랜드만 보고 구매하던 소비패턴이 연예인의 '잇백' '공항패션' 등 히트 아이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사실상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없어졌다"고 전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 브랜드로는 이탈리아 악어백 명품 브랜드인 '잘리아니'가 꼽힌다. 잘리아니는 밀라노 장인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브랜드로 '김희선 백'으로 유명세를 탔고 '개츠비 백'이 연예인 공항패션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4월 현재까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 신장하면서 떠오르는 '잇백' 대열에 합류했다. 크리스털 해골 무늬로 유명한 '필립플레인'은 고소영·장동건 등 셀레브리티들의 손을 타 화제를 모았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들면서 '천송이 백'으로 품절 사태를 빚었다. 필립플레인은 지난해 봄 처음 갤러리아 명품관 3층에 입점해 한 매장에서만 월평균 3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명품관에서조차 '핫' 브랜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판초백으로 몸값을 올린 '프로엔자스쿨러'의 'PS1 미드나이트 블루 미디엄'은 시즌마다 완판을 기록하며 구하기 어려운 '잇백'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알렉산더왕은 일명 '총알백'으로 불리는 시그니처 백인 '로코백' '로키백'뿐 아니라 백팩으로 멜 수 있는 '마르티백'까지 뉴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생로랑의 경우 지난 2012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루이비통 디자이너 출신인 에디 슬리먼으로 교체된 후 과거 '입생로랑'에서 식상한 YSL 로고를 버리고 브랜드명을 '생로랑파리'로 바꾸면서 '생로랑'의 역사를 쓰고 있다. 생로랑은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만 올해 1~3월 매출이 전년보다 61% 늘었고 특히 로고리스(로고 없는 제품) 대표제품인 '삭드주르' 백은 두 배가량 신장했다. 생로랑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최근 중국인들이 에비뉴엘에 200개나 대량 주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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