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요하는 이슬람국가

아랍연맹 "군사행동 반대"·反美시위도 확산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급진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알 카에다가 대미(對美) 성전을 촉구하자 세계 곳곳에서 무슬림들의 과격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그 동안 침묵을 유지했던 아랍 각국도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하는 등 이슬람의 깃발아래 모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분위기 반전에 놀라 외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반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현재로선 이슬람권의 정서를 돌려놓기 위한 대안도 없어 미국의 해법 찾기는 용이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이슬람권, 반미시위 격화 아프간집권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미국에 대한 성전을 촉구하자 이슬람권에서는 대규모 반미시위가 줄을 잇고 있다.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폭력사태가 시가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퀘타를 비롯해 펀잡주의 라왈핀디, 북서변경 지역의 페샤와르, 수도 이슬라마바드 등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연 이틀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오만에서도 이틀째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특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회교도들은 그 동안의 단순 시위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과격 폭력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날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대학생 및 청년들은 자카르타ㆍ수마트라 북부 메단 등지에서 성조기와 영국 국기를 불태우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으며, 남부 술라웨시의 우중판당에서는 일본 총영사관에 몰려가 미국의 공격에 대한 일본의 지원 철회를 촉구하며 일장기를 강제로 끌어 내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외국 국기를 불태우거나 과격 시위를 벌일 경우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이 같은 경고가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 같은 과격 시위 양상은 이웃 필리핀으로 옮겨 가는 등 더욱 불길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실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마라위시에서는 5,000여명의 이슬람 교도들이 성조기를 불태우며 지하드(성전)를 촉구하는 과격 시위를 벌였다. ◆ 아랍연맹, 아랍국가 공격 반대 이슬람 형제애를 전면에 내세운 라덴 등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아랍국가 압박은 반미 성향을 보이고 있는 개별국가는 물론 아랍연맹과 이슬람회의기구(OIC)에도 속속 먹혀 들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9일 미국 주도의 아프간 공격은 인간적 재앙과 억압 받는 시민들의 학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우리는 어떤 아랍국가에 대한 공격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세계 57개국의 이슬람 국가들이 가입해 있는 이슬람회의기구(OIC)는 9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긴급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해 이번 미국의 군사행동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들의 기본 시각이 그 동안의 행보와는 달리 반(反) 군사행동에 쏠리고 있어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앞서 압데라흐만 자헤드 아프간 외무차관은 이슬람회의기구를 겨냥, "불행히도 이슬람 국가들은 아프간이 미국과 영국의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도 뒷전에 앉아 있다"고 공격하는 등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압력을 강화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아랍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 대부분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다 이들이 뜨거운 감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 이라크에 대한 추가 공격 반대 등을 전면에 들고 나서 미국의 해법 찾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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