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공개혁 '차일피일'

[흔들리는 구조개혁] (2) 심각한 개혁 불균형『개혁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 부문부터 솔선 수범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공 부문 개혁은 말단직원을 중심으로 한 인력감축에 그치고 공기업 개혁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정부가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 재벌을 비롯한 기업이나 금융 구조조정에 비해 공공 부문의 개혁이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전반적인 구조개혁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부문간 개혁의 불균형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개혁전망을 어둡게 한다. 툭하면 「재벌 두들기기」「부실책임자 형사처벌」 등 개혁의 고삐를 강하게 당기지만 정작 정부를 포함한 공공 부문에 대한 개혁의 강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공 부문 개혁에서 공기업 민영화 등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담배인삼공사를 완전 민영화하고 한국통신·포철·한국가스공사 정부지분 부분매각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주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작은 정부」도 거의 물 건너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조직의 소프트웨어적 개혁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작은 정부」를 위한 과감한 정부혁신이 되지 않는 이유는 대내외 상황변화를 바탕으로 정부의 역할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정부개혁이 일부 부처간 기능조정과 같은 「미세조정」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교육자치제 확립, 지방행정체제 혁신 등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 청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민간전문가 채용 등도 공직사회의 배타성과 운영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고영선(高英先) 박사는 『공무원들의 전문성 증진 등 경쟁력 강화, 적극적인 대국민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 개혁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개혁바람이 불고 있지만 영국·미국·호주·뉴질랜드 등 일부 앵글로 색슨계 국가들만 개혁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모두 정부 및 공공 부문 개혁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개혁이 구조개혁의 필요조건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정부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고 그나마 힘없는 기관이나 일부 경제부처의 조직개편에 국한돼왔다. 대부분의 정부조직과 공공 부문은 개혁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재정적자를 축소하려는 노력에서도 정부의 태도는 국민을 설득하기에 미흡하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9년째 장기호황을 이끈 힘은 쌍둥이 적자의 한축인 재정적자 축소에 있었다. 연방정부의 씀씀이를 줄이고 불필요한 공무원을 과감하게 줄였다. 정부 스스로가 모범으로 보임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예산을 대폭 삭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비 지출, 추가적인 금융 구조조정 비용, 공무원 연금 등 각종 연금개혁에 따른 추가비용 등을 고려할 때 2004년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게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는 9일에도 4대 부문 개혁 점검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정부가 개혁을 주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DI는 최근 「1·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부실기업의 해외매각 반대, 공기업 민영화 지연, 연금개혁을 위시한 재정개혁 지연 등 이미 많은 부문에서 구조개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순환 과정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호기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개혁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변신을 꾀함으로써 재벌과 금융·근로자의 개혁을 선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입력시간 2000/05/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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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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