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석유公 "이젠 덩치 보다 내실다지기"

해외기업 잇단 M&A과정 부채 7조나 늘어<br>재무건전성 강화 통해 올 영업익 1兆 목표


'덩치 키우기'에 주력했던 한국석유공사가 재무건전성 강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3년간 적극적인 해외석유기업 인수합병(M&A)으로 국내 석유자주 개발률은 11%선까지 급상승했지만 정작 부채가 7조원이나 늘어난 탓이다.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M&A보다는 인수한 기업들의 시너지 확보와 리스크 관리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얘기다. 21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일일 석유생산량이 처음으로 20만배럴을 돌파했다. 정부가 석유공사 대형화의 깃발을 올린 지난 2008년 당시 5만7,200만배럴에서 2년 새 250%나 급증했다. 공사가 확보해놓은 광구의 원유 매장량도 같은 기간 5억5,000만배럴에서 12억4,000만배럴로 확대됐다. 이는 공사가 8조5,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미국의 엔코, 캐나다의 하베스트, 페루의 페트로텍, 영국의 다나사 등 굵직한 석유기업을 잇따라 인수한 결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사의 부채도 크게 늘어 경영 압박요인으로 떠올랐다. 2008년 말 5조5,00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12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이 때문에 공사의 M&A를 놓고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것 아니냐'는 우리의 시각도 없지 않았다. 인수합병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때는 성장세가 보장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소화불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재무건정성 강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보아뱀 M&A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한 포석이다. 다행히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일단 석유공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2008년 이후 공사가 인수한 5개 기업들의 인수 당시 유가 평균가는 75달러다. 이 기간 국제유가 평균치가 101달러라는 점과 앞으로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의 장기경영전략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다. 오는 2013년에는 1조5,000억원, 2015년에는 2조7,000억원까지 크게 확대된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 역시 올해 5,000억원에서 7,000억원, 8,000억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자비용을 압도하게 돼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더구나 공사는 14일 스위스투자자들을 대상으로 3억2,500만달러어치의 채권발행에 성공했다. 석유공사는 차제에 전사리스크관리시스템(ERM)을 통한 실시간 재무상태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등 국내 투자자에게 해외 석유광구의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비축지사의 비활용 부지와 사택 매각 등의 다양한 수익증대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화 추진으로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함에 따라 재무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대형화가 생산광구 위주로 진행된 만큼 앞으로 매출증가를 통해 재무구조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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