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가 인상대기] '회복경제 발목' 우려

국제통화기금(IMF) 터널을 지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저(低)물가기조가 크게 흔들리면서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28일 산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 경제 각 부문에서 IMF 체제 이후 유지돼온 저물가기조가 흔들리는 조짐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0월 중순부터 국내선 항공운임을 평균 20% 가까이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선 운항에서 적자가 누적됐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연초 대비 2배 이상 오른 연료비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정유업계도 이달 말 휘발유 등 석유류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1,300원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는 10월7일부터 전기요금을 7% 가량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물가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가 제동을 걸 태세지만 인상폭이 문제일 뿐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양상이다.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섬·건자재 등 제조업체들의 원가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침체했던 부동산 가격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주택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매매가격은 2.4%, 전세가격은 11.2%가 올랐는데 서울지역만 떼어놓고 보면 상승률이 각각 8.1%, 23.9%에 달한다. 이제서야 IMF를 실감하고 있는 지방으로 이 추세가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도 걱정거리다. 그동안 「내수부양을 통한 경제회복」을 기치로 내건 만큼 통화공급 증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그래서 저금리 시대가 열리며 소비심리도 회복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강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금 산업자금화하지 않고 금융시장을 떠돌아다니는 자금만도 투신사 단기공사채 64조원, 은행 요구불예금 21조원 등 150조원에 이른다. 더욱이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중에 돈이 넘치고 실물경기마저 회복되면 물가가 오르는 건 상식이다. 이처럼 물가상승 분위기가 확산되자 정부는 최근 물가관리를 선언했다. 전기·버스·철도요금의 인상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방침이고 세무조사라는 칼날도 동원하기로 했다. 유가급등을 핑계로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세무조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로 물가를 잡겠다는 발상이 앞으로도 통할지는 의문』이라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이수희(李壽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부동산가격·공공요금 등 여러 부문에서 물가불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민간소비가 과열기미까지 보이는 상황인 만큼 통화당국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 소비자물가 억제선 2%는 무난히 지킬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국민들의 체감물가와 일치할지는 미지수이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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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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