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격경쟁력 앞세워 유통리더 부상

[할인점 전성시대]<上>유통업계 리더로 부상한 할인점"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이야.." 할인점과 백화점의 매출 역전소식을 접한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이다. 할인점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고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많은 소비자들은 값비싼 물건을 파는 백화점 대신 할인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할인점들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가격은 최대한 낮추면서도 상품의 질을 엄격히 관리,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이후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할인점들은 매장과 취급 상품의 고급화에 박차를 가해 백화점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 가격경쟁력이 최대 강점 할인점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가격경쟁력이다. 할인점업체별로 매장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국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조업체보다 할인점이 우위에 서게 됐고 이는 공급받는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다양한 자사브랜드(PB) 상품을 개발,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만드는 제품이라는 신뢰감을 주면서도 가격은 낮게 책정해 소비자들의 호평의 받은 것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김대식 신세계 이마트 과장은 "할인점의 가격경쟁력은 막강한 바잉파워(buying power)에서 나온다"며 "제조업체들이 이마트와 같은 업계 1위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도 품질은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민 생활패턴 변화도 한몫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것도 할인점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됐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들은 평일에도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갈 수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평일 쇼핑이 여의치 않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부부가 퇴근 후 함께 집 근처 할인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일반적인 풍속도로 자리잡았다. 특히 가족단위 쇼핑이 증가하면서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저녁 나들이 삼아 할인점을 찾는 등 할인점은 이미 국민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할인점 지난해 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ㆍ까르푸ㆍ월마트 등 주요업체의 매장 출점수는 33개였다. 올해도 약 44개의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총 할인점 개수는 중소형 업체까지 합하면 총 250여개에 달한다. 웬만한 지역이면 모두 할인점이 들어서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할인점들이 인근 주민들이 차를 타고 10~15분, 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에 들어서 있다"며 "주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는 백화점에 비해 할인점은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어 국민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 이젠 내실 키울 때 그동안 할인점업체들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유통업체의 특성상 덩치를 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매장확대에 주력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면 할인점수가 250여개에 달해 성숙기에 접어들게 된다. 아직까지는 출점 여력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이미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점포도 있는 만큼 수익성 제고에 눈을 돌릴 때다. 외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점포는 폐쇄하고 다른 곳에 매장을 오픈하는 스크랩앤빌드(scrap and build)가 할인점의 일반적인 경영원칙이지만 국내업체들의 경우 아직까지 한곳도 매장을 폐쇄한 예가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일부 업체들 중에는 수익성이 없는 매장을 폐쇄하고 싶어하는 곳도 있지만 첫번째 사례라는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매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업체간 자존심 대결도 한몫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자 점포를 계속 운영하다 보면 전체적인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하락은 결국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할인점업계 전체적으로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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