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개인정보 유출 대란-누구 책임인가] 보신주의 빠진 금융위 '외발 정책'에 카드사도 고객도 상처

대손충당금 상향 등 규제 탓 업계 수익성 악화

최대 20만명 카드갱신 거절에 소비자는 사채로

신용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가 커지자 22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내 롯데카드센터에서 고객들이 신용카드를 해지하거나 재발급 받기위해 줄을 서 있다. /권욱기자


지난 2011년 3월 금융위원회는 카드대출의 대손충당금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대출잔액의 15%만 쌓으면 됐던 요주의대출(연체 1~3개월)은 50%, 3개월 이상 연체인 고정은 20%에서 무려 65%까지 뛰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데도 카드대출이 무분별하게 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다.

문제는 속도인데 이때를 시작으로 카드 규제는 짧은 시간에 급격히 강화됐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2금융권의 건전성 규제를 대폭 강화해 문제가 될 일은 무조건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였던 셈이다.


1억건에 달하는 카드고객 정보유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외발정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저축은행 부실에 놀란 당국이 카드업계에 대해서도 건전성 강화에만 주력하다 보니 정보보호나 업계 육성은 놓쳤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외발 카드정책에 건전성은 높아졌는지 몰라도 카드사나 고객들은 결국 피해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옥죄기 일변도 정책=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은 카드업권에 대한 옥죄기 정책을 펼쳐왔다. 카드사 금리와 수수료 인하 같은 가격에 손대는 일부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손충당금 상향 조정 같은 일을 해왔다.

실제 2011년 3월 말 이후, 3개월도 안 돼 카드사 외형확대 제한조치가 나왔다. 당국은 카드 자산과 신규 카드 발급, 마케팅 비용 등 3개 부문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곳은 특별검사하겠다고 했다. 레버리지 규제 도입 추진도 이때 나왔다. 앞으로는 자산을 늘리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였던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용카드 발급 이용한도 규제를 통해 가처분소득 50만원 미만이나 7등급 이하는 카드를 발급 받지 못하게 했고 부가서비스 변경은 1년 이내에 못하게 했다.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모집인을 통한 고객확대도 길을 막아놓았다. 최근에는 현금서비스라는 이름도 단기대출로 바꿀 계획임을 밝혔다. 카드사의 마케팅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손을 댄 것이다.


하지만 건전성 일변도의 정책은 카드업계를 고사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당국이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보신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너무나 많은 규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아직도 카드사를 과거 카드대란의 원흉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과거에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을 지금까지 연계해 산업발전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건전성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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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고객만 피해=금융당국은 건전성 강화로 책임질 일을 덜었지만 정작 카드사와 고객들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당장 카드사들은 연체율이 조금 좋아졌지만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7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3,6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3,520억원)나 줄어들었다. 카드사 발전을 위한 정보기술(IT) 투자 등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예전보다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나친 규제에 카드업 자체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 같은 회의론도 업계에서는 많다.

수익성이 나빠지면 결국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카드대출 금리와 각종 수수료는 올릴 수밖에 없다. 어디에선가는 비용을 줄이거나 전가해야 하는 탓이다. 이는 고스란히 고객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카드사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상당수 고객들이 카드사에서 밀려나고 있다. 당국의 카드 발급 제한 조치 등으로 카드 갱신시 발급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조치 강화를 전후해 최대 20만명이 카드 갱신 발급을 거절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카드 발급을 규제하니 카드사도 자연스럽게 고객 가입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당국의 일방적인 정책이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카드 이용 고객은 신용판매로 물건을 할부로 구입하거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같은 중저금리대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다. 하지만 카드 갱신 발급이 거절되면 금리가 높은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으로 가야만 한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보활용 정책도 오락가락=금융사의 정보활용에 대한 정부 방침도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가 22일 발표한 이번 사태의 대책은 금융회사가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 만일의 정보유출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뼈대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는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금융사·신용정보사에 축적된 정보를 집중·융합해 새로운 정보를 발굴해내도록 정보의 가공·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불과 2개월 만에 정책이 육성에서 규제로 뒤바뀐 것이다. 당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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