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적자의 내용도 단기외채가 급증하는등 악성화하고 있다. 10월말까지만도 올해의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2백억달러로 예측됐으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2백20억달러에서 최고 2백40억달러까지로 예측치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그 결과 이미 1천억달러에 이르렀을 것으로 예측되는 외채규모도 연말기준으로 1천억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며, 외환보유고도 10월말 현재 3백22억3천만달러로 넉달사이에 43억3천만달러가 줄어드는등 도처에 빨간불이다.
기업들의 현지금융을 포함하면 외채는 1천3백억달러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돼 이에따른 이자지급액만도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증시에 들어와 있던 외국자본도 빠져나갈 길만 노리고 있다. 외국인의 투자비율도 제조업보다는 자본퇴출이 용이한 서비스업이 단연 높아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은 상존한다.
외채가 늘어나는 것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올들어 수출증가율은 10월말현재 4.6%로 작년같은 기간의 33·8%에 비해 엄청나게 감소했다. 반면 올상반기중 수입증가율은 13·5%로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그중에서도 상환기간 1년이내짜리 단기외채가 급증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더욱이 단기외채가 고가의 소비재 수입에서 주로 유발되고 있음은 무엇보다 걱정스런 일이다. 외상수입대금의 결제기간을 30일정도 늘려준 연지급 기간연장조치를 이용한 수입물품이 의류 화장품 승용차 위스키등 값비싼 소비재에 집중됐다. 9월말현재 소비재의 외상수입증가율이 35.1%나 돼 전체 소비재수입중에서 외상수입 비중이 41%를 차지했다. 원자재나 자본재의 외상수입 증가율이 5%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길때 소비재 외상수입증가율이 35.1%를 기록한 것은 국민의 건전한 소비생활이 국제수지 개선을 위해서도 절실한 것임을 나타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체제에 적응하고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연지급기간 연장조치가 소비재수입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은 OECD가입으로 금융자본시장의 개방을 목전에 둔 우리에게 개방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대응의 필요성도 아울러 일깨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 나라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5%수준에 이르면 위험상태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올해 우리나라의 예상 GDP가 4천8백억달러여서 이미 위험선에 육박한 상태이다. IMF측은 한국등 일부국가들이 과거 위험선을 넘긴 상황이 수년간 지속됐어도 실재위험에는 빠지지 않았다고 말하고는 있다. 그러나 여러 경제지표들이 동시에 악성화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과거 개도국 시절과는 판이하다. 멕시코 사태의 재현이라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