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미국] `인플레이션 걱정' 고개

경기가 너무 좋아도 탈이다. 상승세를 지속하던 뉴욕 월가가 미국 경제 호황의 부산물인 인플레이션의 암초를 피하기 위해 안절부절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증시 상승이 한계에 이르렀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라고 판단,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 시작했다.4일 뉴욕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TB) 가격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1,000 달러당 7.5 달러 폭락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의 역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에 따라 TB 30년물의 금리는 이날 5BP(0.05%) 상승, 5.71%에 마감함으로써 최근 3일 동안 무려 20BP(0.2%) 폭등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금리이며, 전문가들은 6개월내에 6%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 금리는 시장 금리를 반영하므로,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8일 회의를 열 때까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채권 투자를 기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의 포트폴리오 분석가인 리처드 번스타인씨는 채권 포트폴리오를 50%에서 30%로 줄이고, 현금 보유 비중을 10%에서 30%로 늘리라고 투자자들에게 권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난달 30일 1·4 분기 국내총생산(GDP)이 4.5%의 높은 성장율을 달성했다는 발표가 나오고부터 제기됐다. 컨퍼런스 보드의 경제선행지수도 6개월 연속 경기 과열을 예고했고, 주택 경기도 12년만에 최고조에 달해있다. 또 올들어 국제 유가가 56% 상승,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뱅크원 은행의 채권전문가 리처드 보드킨씨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비관론자와 이를 무시하는 낙관론자 간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에서 비껴서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6%에 머물렀던 인플레이션이 올해 2%를 유지하면 성공이라고 진단했다. 채권 가격 폭락의 여파는 주식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이날 다우 지수는 1만1,000을 넘은지 하루만에 128.58 포인트(1.2%) 하락, 1만886.11에 마감했고, S&P 500 지수는 1.7%, 나스닥 지수는 2.0% 각각 폭락했다. 펀드 매니저들은 『주식시장이 너무 빨리 상승했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야 한다』며 당분간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채권과 주식 등 금융자산의 하락은 달러 약세를 유도했다. 달러는 이날 뉴욕에서 일본 엔화에 대해 1달러당 121.12엔에서 120.77엔으로, 유로화에 대해 1유로당 1.0576에서 1.0625로 각각 떨어졌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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