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제는 간접투자시대/기고] 주식형 투신시대오나

강창희 (PCA투신 투자교육연구소장)현재 우리나라 가계금융자산의 운용수단에서 주식형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0년대 초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생각된다. 투자신탁의 수익증권 중 주식형 비중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같은 투자신탁이라 해도 MMF는 은행예금에 가까운 저축 상품이고 채권형 상품 또한 운용기간 1년 미만 상품이 부분이어서 투자상품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투자신탁 수익증권의 비중은 6.6%정도 였는데 이중 대부분이 단기채권형 및 MMF이고 주식형 수익증권은 1%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의 가계금융자산 중에서 주식형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넘어선 시기가 바로 80년대 초였다. 이것이 80년대, 90년대를 통해 계속 늘어나서 현재는 연금을 통한 보유분까지 포함하면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하는 방법 또한 주가가 오를 것 같으니까 개별종목에 투자하듯이 수익증권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게 아니고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장기로 투자한다. 90%의 투자자가 노후생활자금, 32%의 투자자가 교육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시황에 관계없이 수익증권을 적립식으로 매입해나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주식형 수익증권이 이렇게 일반가계의 장기 자산형성수단으로 자리를 잡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는가. 첫째는 주식형 수익증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즉 생업을 가진 보통사람이 소액의 여유자금을 투자하여 재산형성을 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반투자가들도 지난 60년대까지는 개별종목에 직접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것이 6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주식시장의 장기침체와 주식소유의 기관화 과정을 겪으면서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투신운용사들의 운용노하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두번째는 저금리의 정착이다. 8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10%를 웃돌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율이 계속 떨어져 최근에는 5%전후에 있다. 최근의 우리나라의 사정과 비슷하다. 따라서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주식이나 주식형 수익증권을 투자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80년대에 미국의 많은 은행과 저축대부조합이 도산을 하고 예금이 부분보장제로 이행되면서 낮은 금리에 원리금도 전액 보호되지 않는 은행예금보다는 차라리 주식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번째는 기업의 수익력 향상이다. 80년대 초까지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이에 따라 주가가 장기상승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주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이밖에 투신상품의 판매채널이 증권사 뿐 아니라 은행, 보험 및 독립적인 금융자산관리사(FP) 등에까지 확대됐고 업계와 사회단체의 투자자 교육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의 메리트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 기업연금이 확대되는 한편 증권세제가 장기수익증권 투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다는 점 등도 시장확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우리나라 투신시장이 처해있는 상황이 80년대 초 미국시장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개별종목 직접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변화, 저금리 시대의 정착과 예금의 부분보장제도로의 이행, 상장기업의 구조조정, 투신판매채널의 확대, 세계 유수 투신운용사의 국내진출과 이에 영향 받은 국내 기존투신사의 질적 변화, 투신협회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교육 강화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현재 침체국면에 있는 주식시황이 다소 회복되고 여기에 증권 투신사의 정도영업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에도 주식형 투신의 시대가 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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