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금 내는 떳떳한 성직자가 좋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성직자에게도 원칙적으로 과세가 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의 불을 지폈다. 천주교 신부와 수녀들은 몇년 전부터 자체 결정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해왔으나 목사와 승려는 여전히 성역으로 남아 있다. 법규에 근거가 없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종교 마찰을 우려해 기피하고 있다.


성직자 과세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성직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개세주의에 따라 납세의무가 있다. 칼뱅과 루서 같은 종교개혁자들은 국가가 성직자의 인권과 생명을 지켜주기 때문에 세금납부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성직자들에게 더 엄한 과세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떳떳하고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섬김과 봉사, 사회정의를 부르짖을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일부 종교단체에서 자발적으로 납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그런 맥락에 있다.

관련기사



성직자 과세는 종교단체의 재정투명성을 높여 사회적 신뢰를 회복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납세신고 과정을 통해 수입과 지출 등 재정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성직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달라질 것이다. 일부 대형 교회와 사찰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심에는 '엄청난 헌금과 기부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하는 재정투명성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선교와 빈민층 구제 등 본연의 활동보다는 화려한 성전 건축과 세 확장에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정운용에 대한 의심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헌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사건은 대형 교회의 파행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성직자 복지를 위해서라도 과세가 필요하다. 세금신고 내역이 있어야 이를 기준으로 건강보험ㆍ국민연금 등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기독교의 경우 성직자의 80%가 면세점(4인 가족 기준 월소득 170만원) 이하여서 기초적인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성직자 과세는 그들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과 위상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