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이콤인수 빨라진 삼성행보] '정부중립땐 LG와 정면승부'

최근 삼성의 공격적인 데이콤 지분 확대를 어떻게 봐야 하나.과연 삼성은 데이콤 경영권 인수를 위해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부와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겉으로는 데이콤 경영권을 노리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경쟁사인 LG의 데이콤 인수를 지연시키고 이 과정에서 뭔가 다른 것을 얻으려는 속셈인가. 특히 삼성이 30일 한국방송공사(KBS)와 연합뉴스 등 사실상 정부의 입김아래 있는 기관들의 주식을 전격 인수함에 따라 삼성의 진의(眞意), 정부와의 사전 교감여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은 또 29일 열린 데이콤 임시이사회에서 유상증자(액면가 기준 256억원, 납입금액 기준 3,000억원규모) 실시를 적극 주장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LG는 몇차례에 나눠 유상증자를 실시하자고 주장했으나 삼성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꺼번에 실시할 것을 주장하면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를 전량 인수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정부는 어느 기업의 손을 들어줄까 = LG는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구본무(具本茂)회장이 데이콤의 5%소유지분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했을때의 정황, 종합유무선업체 육성에 따른 국가경제적 효과 등을 들어 정부가 암암리에 LG를 지원할 것으로 믿고 있는 눈치다. 삼성이 28일 대우중공업 지분을 인수할 때만 해도 삼성의 진의가 LG를 견제하는 것이고 정부는 결국 LG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30일 KBS와 연합뉴스가 데이콤 지분을 삼성에 넘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과 LG의 전면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KBS와 연합뉴스가 단독으로 삼성에 주식을 매각한 것은 정부가 양 그룹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중립선언」을 나타냈거나 삼성측에 데이콤 경영권 무게를 더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KBS와 연합뉴스가 삼성전자에 넘긴 매도가격은 주당 11만9,500원. 가격만 놓고 보더라도 양 그룹의 주식 매입이 본격화되면 데이콤 주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게 뻔한데 설령 웃돈을 얹어줬다고 하더라도 너무 미묘한 시기에, 애매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와 연합뉴스가 삼성에 주식을 매각한 것은 정부가 암묵적으로 삼성을 지원하거나 최소한 데이콤 쟁탈전에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사인 아니냐는 해석이다. LG는 당연히 펄쩍 뛰고 있다. LG측은 『청와대 간담회에서 具회장이 데이콤 인수의사를 표명했을때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삼성이 LG의 데이콤 인수를 꺼려 최대주주로서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애써 삼성을 무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 역시 정부와의 사전교감설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정부의 내심은 LG에 데이콤을 넘기자는 것아니냐』며 최근 지분 확대는 1대주주로서의 경영권 방어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대우, 그리고 정부= 정부와 삼성의 사전교감설은 대우그룹과의 연결고리상에서 추측하는 업계관계자들도 많다. 현재 정부의 최대 관심은 대우그룹이 무난히 자동차 빅딜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마무리,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데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 빅딜의 당사자인 삼성이 자동차 빅딜협상에서 크게 양보, 대우를 측면지원하는 대신 정부는 데이콤 전쟁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묵계설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자동차 빅딜을 하루빨리 모양새좋게 해결하면서 대우의 구조조정도 원활히 추진하는게 최우선과제인 정부로선 심정적으론 LG에게 반도체 빅딜의 대가를 주고 싶지만 발등의 불부터 끌 수 밖에 없지않느냐는 분석이다. 업계관계자들은 대우가 청와대 간담회직후에 대우중공업의 보유지분을 삼성에 넘긴 점, 지난달말부터 삼성계열 금융기관들이 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에 나선 점 등이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대해 대우는 구조조정차원에서 적정 가격을 제시한 삼성에 보유주식을 매각했을 뿐, 다른 배경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대우-동양=현재 데이콤 경영권 장악전쟁의 일차 열쇠는 동양그룹이 쥐고 있다. 공식 지분만 16.68%를 갖고 있는 동양이 LG에 지분을 넘기면 그것으로 싸움은 끝이다. LG가 우호지분 등을 합해 과반수이상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동양이 지분을 삼성에 팔면 그때부터 데이콤 전쟁은 본격화된다. 양쪽 모두 과반수에는 밑돌지만 40%안팎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 삼성과 동양, 대우의 3각고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우와 동양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친한 사이. 김우중(金宇中) 대우 회장과 현재현(玄在賢) 동양 회장이 경기고 선후배사이일 뿐아니라 올초 대우가 자금난에 허덕일때 동양이 급전을 대줘 겨우 넘겼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동양은 대우의 DCN, 씨네하우스, ㈜대우 영상사업부문 등을 인수, 구조조정을 도와주기도 했다. 삼성과 동양은 선대 창업주들이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향후 전망=삼성은 일단 데이콤 인수를 목표로 삼고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전교감이 없었다 하더라도 정부가 중립만 지켜준다면 LG와 정면 승부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정황도 삼성에게 그다지 불리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의중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상황은 돌변할 수도 있다. 또 무리한 승용차 진출로 국민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삼성이 다시 데이콤 인수에 나서느냐는 시각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고진갑 기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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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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