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설 연휴를 앞둔 8일 총리 후보자를 재지명할 모양이다. 지난달 24일 지명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지 열흘 만이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7일 오후 갑작스레 브리핑을 열고 "내일 오전10시 주요 인선에 관한 1차 발표를 하고 2차 발표는 설 연휴 이후 인선과 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차 발표 대상이 총리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선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한동안 멈춰 섰던 박 당선인의 인선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박근혜 정부'출범까지는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등 일정을 감안하면 매우 빠듯한 시간이다. 윤 대변인이 "(일정에)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 당초 구상했던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너무 안이한 인식이다. 청문회 기간을 최대 20일로 규정한 관련 법 규정을 이미 넘겼고 14일로 예정된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마찰로 조직 인선결과가 취임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발표된 데다 검증 과정에서 3명의 장관 내정자가 낙마하면서 첫 국무회의의 성원을 채우지 못해 이전 정권의 장관을 빌려오는 촌극을 연출한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박 당선인이 '나홀로 깜깜이 인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검증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검증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예단은 금물이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몇몇 인사에게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은 물론 당선인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힐 것이다.
인사 사고가 또 발생하면 "박 당선인이 과연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맞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쨌든 만시지탄이 있지만 박 당선인이 오랜 고민 끝에 고른 총리 후보자와 각 부처 장관, 청와대 비서진의 면면이 김 총리 후보자와 인수위 인선과 달리 놀라움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각종 개혁정책과 공약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두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