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아름다운 건축이 경쟁력이다


여름 휴가철인 요즈음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건축과 음식, 문화, 그리고 자연을 즐기게 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의외로 그 나라의 아름답고 특색 있는 건축물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건축을 즐기는 것은 관광을 하는 주요 목적이 된다.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고풍스러운 옛날 건물뿐만 아니라 멋있는 현대 건축물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러한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또한 이것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경제적으로도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가서 만나는 현대 건축물들의 입면의 형태와 내부 공간의 구성을 살펴보면 무조건 최대한의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건축주가 건축사의 디자인 의도와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해준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대한의 면적과 사업성만을 요구하지 않고 아름다운 도시를 구성할 수 있는 독특하고 창조적인 디자인을 존중해준다. 우리나라의 건축사들이 저렇게 설계를 했다면 건축주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보게 된다. 분명 아름다운 디자인을 지향한 결과물을 존중하지 않고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면적과 저렴한 공사비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설계를 요구했을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건축주들은 그러한 이익에 둔감해서 건축사들의 설계 디자인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들에게는 건축물의 공간적ㆍ예술적 가치가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경험과 이것을 계획하는 건축사에 대한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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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는 오랜 시간 동안 아름다운 건물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축적한 설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건축주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건축사의 건물에 대한 경험과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이해와 복합적인 지식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건축주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건축사는 보다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축주들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건축 디자인에 과도하게 개입한다. 이것은 마치 약국에 가서 약사 대신 자신이 스스로 약을 처방하는 경우나 환자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자신의 치료법을 지시하는 것과 같다. 풍부한 식견과 정보를 가진 이러한 전문가에게 자신의 깊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고 결국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기 쉽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선진국 대우를 받는 우리나라는 이제 정치ㆍ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국격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은 여러 문화 분야 중에서도 국가의 이미지를 가장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내 건축사들이 역량을 맘껏 발휘해 매력적인 건축과 도시를 구현할 수 있도록 건축주들이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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