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주주에 이익 돌려주기' 뒷걸음질

삼성전자·현대차 순익 6~7%만 배당금·자사주 매입 등에 써

美기업 45~71%에 크게 못미쳐


배당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주주친화정책의 후퇴는 주식시장의 양대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의 꾸준한 주식 투자를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2일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의 전체 순이익(지배구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에 투입된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매년 그 비중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07년 전체 순이익 7조4,210억원에서 중간·기말 배당을 합친 총 배당금 1조1,710억원과 자사주 매입금액 1조8,2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매년 순이익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 과실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데는 소홀히 해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7%에 그쳤다. 2007년 이후 자사주 매입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경우 2007년 전체 순이익 1조6,005억원 중 배당(2,760억원)과 자사주 매입(1,179억원)으로 총 3,939억원(25%)을 사용했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순이익 중 6%만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현대모비스는 2007년 전체 순이익 7,741억원에서 배당(1,070억원)과 자사주 매입(738억원)으로 총 23%를 주주들에게 나눠줬지만 지난해에는 5%만 돌려줬다. 기아차(000270)·SK하이닉스(000660) 등 시총 10위권 내에 포함된 다른 기업들도 주주들에 대한 나눔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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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는 미국 기업들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애플의 경우 2013 회계연도 기준 전체 순이익 370억달러 중 90%가 웃도는 334억달러를 주주들에게 돌려줬으며 인텔(71.92%), 마이크로소프트(58.62%), 제너럴모터스(45.60%) 등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쳤다. 미국 기업들의 주주친화적인 정책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 1·4분기에 총 2,410억달러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미국 증시는 이 같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과 경기 회복,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주친화 책 퇴보는 기관과 외국인들의 주식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가장 큰 기관 중의 하나인 보험사는 30년 이상 장기투자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로 매년 인컴펀드(꾸준히 현금 수익이 발생되는 고배당주, 전환사채, 우선주 등의 자산에 투자해 지속적으로 인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수준의 수익만 보장된다면 주식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이사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며 "미국 기업들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문화가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이사는 "자사주 매입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주주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고 경영진이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위해 사용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가업들이 장기적이고 근원적으로 주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배당 확대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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