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지주 통제권 놓고 '진흙탕 싸움'

농협 "정부 현물출자 축소는 약속 위반" 반발<br>정부 "중앙회 아닌 금융지주에 출자할것"<br>농협 "경영간섭 의도"… 일부 "신경분리 연기를"


농협 사업구조개편(신경분리)을 둘러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서 비롯됐다. 당초 농협의 신경분리 완료시점은 오는 2017년이었다. 농협은 이때까지 자본금을 대거 확충해 정부 지원 없이 신경분리를 완성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계획이 바뀌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되자 농협의 자본금 확충 작업이 차질을 빚었고 정부도 농협 신경분리를 치적사업으로 내세우기 위해 신경분리 시점을 2012년으로 5년 앞당겼다. 그 대가로 정부가 약속한 것이 자본금 지원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신경분리 시점을 조금 늦추더라도 농협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최선이었다"며 "최근 농협 자본금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신경분리를 앞당겨 정권의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 이명박 정권, 그리고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최원병 회장이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농업인의 축제가 돼야 할 농협의 신경분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정부와 농협은 자본금 지원 규모와 방식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고 이 과정에서 농업인을 위한 농협의 재탄생이라는 신경분리의 본질은 상실됐다. 최근에는 현물출자를 받는 주체를 농협중앙회로 하느냐 금융지주로 하느냐를 놓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관치금융'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대표에 전직 고위공무원이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전투구의 연장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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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경분리를 확정 짓기 위한 대의원대회가 21일 열리지만 정부와 농협의 대립은 해소되기는커녕 점입가경이다.

정부는 이자보전을 3조원에서 4조원으로 1조원으로 늘리는 대신 현물출자를 2조원에서 1조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최종 제시했다. 대신 현물출자 대상 주식을 산은지주나 기업은행 등 수익성 높은 유동화 가능 주식이 아닌 한국도로공사주식으로 바꾸고 출자 대상 기관도 금융지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 주식과 산은지주ㆍ기업은행 주식을 섞어서 출자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공사의 자산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정부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약속한 대로 산은지주와 기업은행 주식을 출자하고 출자 대상 기관도 금융지주가 아닌 농협중앙회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복잡한 문제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금융지주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금융지주에 출자하려는 정부의 속내에는 금융지주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경영에 간섭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면 농협은 금융지주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피하고 정부에 대한 배당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정부와 농협이 양보 없는 대치를 지속하면서 일각에서는 농협의 신경분리를 잠정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자금을 투입해 무리하게 신경분리를 완성할 경우 향후 농협 운영을 둘러싸고 농협 집행부와 정부가 사안마다 마찰을 빚을 것이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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