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오죽하면 기업이 국회를 직접 상대하려 드나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와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서울상의 회장단은 29일 회동해 각종 경제민주화 입법과 통상임금,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 시행에 앞서 재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을 잘 설득하고 소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때와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지만 내용은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와 직접 대화를 모색하겠다는 대목이 주목된다. 정부부처와의 업무협의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온 반면 정치권과 소통이 공식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처음이다. 경제5단체가 여야 정책결정권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한다니 재계 전체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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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정치권과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여기에는 재계의 속타는 심정과 현실적인 한계가 담겨 있다. 오죽하면 기업인들이 국회를 직접 상대하려고 들까. 정치권은 마땅히 반성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의 변곡점을 맞은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기회를 놓치지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판국이니 여야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정치권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다. 정부 각 부처가 제 역할을 다했다면 재계가 국회를 찾아다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연일 국회에 계류 중인 102개 법안 처리가 지연돼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각종 개혁법안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만약 경제ㆍ민생법안이 그토록 엄청난 효과를 낸다면 그동안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 몰라서 못했다면 무능력이요, 알고도 안 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정부는 정치권을 핑계 삼아 면피할 궁리를 하기보다 기업을 편하게 해주는 데 힘써야 한다.

기업과 정부ㆍ정치권의 삼각협력은 이상적이다. 기왕에 상의가 얘기를 꺼낸 만큼 3자가 호흡을 맞추는 구도가 짜이기를 기대한다. 정치권과 정부의 의식변화와 혁신 노력이 뒤따라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기업경쟁력 살리기를 최우선 삼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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