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스윙펀드 출시를 허용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상품은 ‘슈로더아시안에셋인컴펀드’와 ‘프랭클린템플턴미국인컴펀드’ 단 2개뿐이다. 모두 외국계운용사가 선보인 펀드로 ‘슈로더아시안에셋인컴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설정 후 5%로 성과도 비교적 좋다.
스윙펀드는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과 채권 비중을 일정 비율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자산배분펀드다. 일반적인 혼합형 자산배분펀드가 주식이나 채권 하나의 비중을 최소 50~60%로 고정해야 하지만 스윙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25~75%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스윙펀드의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침체에 빠진 펀드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8월 스윙펀드 출시를 전격 허용했다.
그러나 국내 운용사들은 스윙펀드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에는 펀드매니저 1명이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자산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스윙펀드를 출시하기가 용이하지만 국내 운용사는 주식운용본부와 채권운용본부가 서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커 탄력적인 자산비율 조정이 어렵고 약관상 주식운용본부가 최종적으로 자산배분비율을 결정하기 때문에 스윙펀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자산운용ㆍIBK자산운용 등은 스윙펀드 출시를 검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렸지만 현재는 잠정적으로 보류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해까지 스윙펀드에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스윙펀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입은 사례가 있어 국내 운용사들은 더욱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사이트펀드는 지난 2007년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라는 타이틀을 걸고 4조원 가량을 모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의 손실을 내 바 있다. 스윙펀드를 출시했다가 인사이트펀드의 악몽을 재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금융당국이 스윙펀드와 함께 출시를 허용한 비율고정형 자산배분펀드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10월 주식ㆍ채권ㆍ금 관련 ETF에 각각 3:3:3의 비율로 투자하는 ‘한국운용자산3분법펀드’를 출시했지만 아직 판매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도 스윙펀드 시장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조효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장은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국내 운용사들이 선뜻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올해 시장이 우호적으로 바뀐다면 스윙펀드에 대한 운용사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