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실패로 예산 깎여 개발 계획 차질 우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아리랑 5호의 탑재될 영상레이더(SAR) 안테나를 장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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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코리아(Space Korea)'는 이미 인공위성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고 발사장(나로우주센터)도 갖췄다. 남은 것은 발사체 기술.
우주발사체의 핵심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밀어올리는 힘(추력)을 담당하는 1단 로켓 액체엔진이다. 100㎏급 소형 위성을 실은 나로호(KSLV-Ⅰ)에는 추력 170톤급 액체엔진이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정도 추력을 낼 수 있는 액체엔진 기술이 없어 러시아가 제작한 로켓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개발해 성공한 발사추진체는 지난 2002년 액체엔진 추력 13톤에 불과한 과학로켓(KSR)-Ⅲ이 유일하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연구개발(R&D)을 거듭한 끝에 30톤급 액체엔진 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나로호 액체엔진 추력의 5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와 항우연은 2007년 나로호 발사와 별도로 오는 2017년까지 1조6,000억원을 들여 1.5톤급 실용 위성을 고도 600~800
의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독자 개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KSLV-Ⅱ의 1단 로켓 추진체는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자체적인 연소시험 설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시험장이 없어 지금까지 러시아 등 해외에서 실험을 수행했던 항우연은 2015년까지 3,700억원을 들여 나로우주센터에 시험장을 갖출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나로호의 잇따른 발사 실패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며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한국형 발사체 개발 예산으로 약 1,000억원을 신청했으나 예산 편성 과정에서 315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기초과학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결국 항우연은 KSLV-Ⅱ 개발 완료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4년가량 미뤄진 2021년 8월로 잡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질지 미지수다. 나로호 1ㆍ2차 발사 과정에서 액체로켓에 대한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나로호 3차 발사마저 실패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우주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더욱 확산되면서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이라는 거대 프로젝트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핵심기술과 고급인력의 확보 등 해결 과제가 아직 산적해 있지만 우주개발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