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 눈] 라응찬 회장이 답할 차례다

금융부 김영필기자 “회장님! 회장님! 한 마디만 해주십시오.” 지난 14일 저녁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로비. 수십명의 취재진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하고 나온 라응찬 회장에게 몰려들었다. 기자들은 라 회장에게 “고객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했다. 하지만 라 회장은 끝끝내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청원경찰을 보호막 삼아 은행을 빠져나갔다. 신한금융의 수장인 그가 조직을 뒤흔들어 놓은 일을 해놓고서도 고객과 국내 주주들에게 설명 한번,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현장 여기저기서는 “재일교포 주주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국민(고객과 일반주주)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신 사장 세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라 회장의 경우 금융실명제법 위반혐의로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라 회장은 신 사장 측이 제기한 비자금 사용문제도 해명해야 한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나고야 설명회에서 이번 사태를 이사회에서 처리하도록 위임한 것도 라 회장 편을 들었다기보다는 빠른 사태수습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실 업계나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속 회장직을 유지하려는) 라 회장의 장기집권도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신한사태와 관련해 “관계자는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한 발 뒤로 빠지려는 듯한 라 회장과 이 행장의 책임문제를 지적한 셈이다. 그런데도 라 회장은 시종일관 묵묵부답이다. 원칙을 다시 살펴보자. 신한의 최대주주는 17% 지분을 갖고 있는 재일교포가 아니라 62%가 넘는 소액주주들이다. 나아가 신한을 이 위치로 끌어올려준 ‘신한 고객들’과 고비 때마다 과감하게 공적자금을 투입시켜준 ‘국민’들이다. 이미 신한금융의 상처는 깊다. 앞으로 라 회장이 조직의 장으로서 거취문제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인가. 이번엔 라응찬 회장이 소액주주와 고객, 국민들에게 답할 차례다. /susopa@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