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줄지않는 택시·버스 난폭운전

요금 올리고 안전운행 협약 맺었지만

신호위반·과속·불법유턴 등 다반사


직장인 김주희씨는 최근 택시를 탄 뒤 아찔한 경험을 했다. 택시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끼어들자 택시기사가 욕설을 하면서 승용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느닷없는 대낮의 추격전은 횡단보도 앞에서 끝났다. 신호대기로 승용차가 멈추자 택시기사는 옆 차선에 차를 정차시킨 뒤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상대방 운전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김씨는 택시기사에게 자제를 요청하려다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 아무 말도 못 하고 목적지까지 가슴을 졸이며 가야 했다.

주부 이주리씨는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앞 도로에서 좌회전하던 중 심장이 철렁했다. 우회전 전용차선인 3차선에 정차해 있던 버스가 갑자기 좌회전을 하면서 차량끼리 부딪칠 뻔한 것. 김씨는 서둘러 핸들을 좌측으로 돌려 충돌을 피했지만 놀란 가슴을 한동안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서울시가 택시와 버스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요금을 올려주고 사업자 대표 등과 안전운행 협약까지 맺었지만 대중교통의 난폭운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택시와 버스는 신호위반과 과속·불법유턴 등을 일삼으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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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업 종사자들의 난폭운전이 줄지 않는 것은 직업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전북의 한 시외버스 운전사가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될 정도로 버스 운전사들의 고용은 안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택시 운전사들은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 장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버스 운전사는 대기수요가 많아 조금만 실수해도 해고되는 경우가 있고 택시 운전사는 사납금제에 묶여 하루 12~16시간 운전하는 등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 사고 위험성이 있다"며 "영업용 차량 운전자에 대한 처우개선 없이는 난폭운전과 택시·버스 교통사고를 줄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난폭운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수업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유인책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버스·택시사업자 대표, 노조위원장과 함께 안전운행과 서비스 향상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운전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택시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요금인상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한 법인택시 운전사는 "택시요금이 올랐지만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이 덩달아 오르면서 수입이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며 "매일 적절한 수입만 보장된다면 특정 시간대에 과속을 해서 손님을 더 많이 태우려고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요금인상을 통해 처우가 분명히 개선됐다"며 "택시 운전사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있어 처우개선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인 교육 대신 포상 등 안전운전 유인책도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최근 1년 동안 운송사업자·운수종사자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콘텐츠도 다양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경제적 여건으로 교육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대표는 "택시 운전자들은 하루 교육에 투입되면 일당을 벌지 못해 교육을 기피하고 있으며 교육효과가 크지 않다"며 "안전 운전자에 대한 포상을 늘리고 운전자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폭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1년 동안 4회 이상 승차거부가 적발되면 택시운전자격을 취소하는 등 승차거부 행위에 대한 벌칙을 강화했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난폭운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시민안전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난폭운전 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한 뒤 자격정지·취소 등 강력한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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