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노사정위원회 합의 내용을 반영한 노동 관련 5개 법안 개정안을 16일 발의한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동개혁은 이번 국정감사와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총선까지 뒤흔들 초대형 정치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14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개혁 법안 내용을 오늘 접수했고 당론 확정 과정을 거쳐 당의 이름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안에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 일부 제조업에도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내용,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로 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다. 노사정위에서 행정지침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은 들어가지 않는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연내 노동개혁 입법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한 가운데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국민 대다수가 노동개혁을 강력히 원하고 있으므로 야당도 마냥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노사정 합의 내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노동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총력 저지하기로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민 삶의 안정과 고용의 질을 하향 평준화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추미애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은 "노동시장 개혁 방향이 전혀 다르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진단했다. 이인영 노동개혁특위 간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사정 합의는) 팔 비틀기 결과라는 점에서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야당은 당장 15일 노사정위를 상대로 한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을 입법 저지 활동의 시작점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야당은 이번 노사정 합의가 노동계를 압박해 이끌어낸 것으로 정의하고 비정규직 양산 가능성 등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입법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 관련 법안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가 여야 8대8 동수여서 상임위 통과가 쉽지 않을뿐더러 국회선진화법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정책위의장은 "환노위가 야당 위원장에, 여야 의원 숫자가 같아서 노동개혁 법안 처리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면서 "그러나 김영주 환노위원장이 워낙 합리적인데다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야당 의원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국정감사 전부터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노동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며 "야당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노동 관련 법안은 연내에 통과되든, 통과되지 않든 내년 봄 총선까지는 정치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개혁은 일자리를 둘러싼 장년과 청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을 담고 있어 유권자들이 표로서 찬반 의사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정치 쟁점화가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년층 등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여론도 우호적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보수 대 진보'라는 전통적 테마를 '개혁 대 반개혁'이라는 선거구도로 변환시키는 데 노동개혁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입법에 실패할 경우에도 야당과 대기업 거대 노조 등을 비판해 이를 표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사정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를 '역대 최대의 야합'으로 정의하고 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 투쟁에 나설 경우 새누리당은 이를 '노조 기득권층의 투쟁'이라고 비판하며 정국 주도의 에너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