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李 대통령 신공항 특별 회견] '각본' 없이 37분간…질의 답변에 초점

■확 달라진 MB회견<br>백지화 결정 이틀만에 이례적으로 신속 회견<br>불가피한 선택 설명땐 목소리 톤 높이기도<br>송구하다 표현 사용, 대통령이 직접 결정


이명박 대통령의 1일 동남권 신공항 관련 특별기자회견은 사전 원고 없이 37분간 진행됐다. 오전10시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짙은 회색 양복과 와인색 넥타이 차림으로 들어선 이 대통령은 우선 3분간 모두발언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면서도 국익을 위한 공약 불이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일문일답 방식으로 모두 7명의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여러 질문 가운데 '사업에 따라 경제성의 기준과 원칙이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가장 긴 6분 가까이를 할애했으며 때로는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손동작도 커졌다. 또한 전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 파기'라고 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이 대통령은 "꼭 그렇게 볼 필요가 없다"며 웃어 넘겼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천지개벽을 해도 우리 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렇게 7명의 질문을 모두 받은 이 대통령은 "이제 그만하시죠"라며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할 수밖에 없었던 정책적 배경과 국가지도자로서의 고충을 또 한번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모두발언에 이어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의 특징은 '각본'이 없었다는 것과 대통령의 모두발언보다 기자들의 질문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전의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관례적으로 질의서를 미리 받아왔으나 이번에는 사전 질의 원고를 받지 않았고 사회자도 없이 질문을 신청한 기자를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자도 7명으로 늘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 일방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만 전달하고 질문은 잘 받지 않는다는 일각의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당초 모두발언 시간을 5분가량으로 잡았으나 군더더기없이 짧고 간결하게 유감을 표시하고 기자들의 질의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날 회견은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틀 만에 이뤄진 것으로 그만큼 이 대통령이 자신의 거듭된 공약 불이행에 따른 지역민들의 반발과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확산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했음을 반증했다. 청와대는 특별기자회견 날짜를 잡는 과정에서 4월1일이 공교롭게 만우절이라는 점에서 기자회견이 자칫 희화화하지 않을까 하는 일부 참모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이 직접 공약 불이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고뇌를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차원에서 회견 날짜를 1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 일정은 지난 3월31일 오전에 결정됐으며 이후 기자회견 준비는 발 빠르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거의 혼자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내려다볼 필요도 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또박또박 이번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나갔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송구하다"는 표현도 당초 계획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는 신공항 백지화는 국익을 위해 불가피했으며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일인 만큼 공약 불이행에 대한 '유감' 정도만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송구하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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