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내부거래 통한 대주주 이익챙기기 여전"
KDI 논문서 지적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키우는 ‘터널링(tummeling)’ 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03년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외환위기 이후 기업 관련 규율이 강화됐지만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인해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현상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 같은 ‘터널링’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시확대 등의 규율을 강화하고 피해를 입는 소액주주 구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경묵ㆍ조성빈 KDI 연구위원이 95~2005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상품ㆍ서비스 내부거래가 이뤄진 두 계열사에서는 지배대주주의 현금흐름권(지분)이 낮은 회사에서 높은 회사로 부(富)가 옮아가는 터널링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기업에 대한 지배대주주의 지분이 1%포인트 높으면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0.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이 같은 터널링 현상은 총 매출에서 내부자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크게 나타나 내부거래가 관련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3년 이후에는 계열사 간 저리대출이나 지급보증 등에 규제가 가해지면서 매출ㆍ매입 내부거래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지배대주주의 세대 간 상속이 가속화됨에 따라 터널링 현상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2004년 현재 지배대주주의 현금흐름권이 56.09%에 달한 SK C&C의 경우 전체 매출의 43.15%가 계열사인 SK텔레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으며 95~2005년 영업이익률이 동정업계 평균치인 4.2%를 크게 웃도는 7%에 달한 대표적인 터널링 의심사례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8/01/29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