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준금리 전격 인하] "오락가락 하더니 외압에 백기" 중심 잃은 한은에 비판 쏟아져

"차라리 부총리 말이 정확"

애매한 시그널 차치하고 정책 신뢰성 심각한 훼손


불충분한 시그널은 차치하고서라도 같은 사안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이주열 총재의 발언을 두고 한국은행이 중심을 잃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통화정책 신뢰성의 위기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 추가 인하로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에는 "거시경제의 상하방 리스크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현재 2%의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두 명의 금통위원은 이주열 인하론에 반기를 들고 금리동결을 주장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달 국회에서 "가계부채가 당초 봤던 것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던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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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정책은 환율을 고려해서 하지 않는다"는 스탠스도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이 총재는 그동안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아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와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통화가치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환율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다"고 언급해 향후 금리를 통해 원화가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신호를 전달했다.

한은 안팎에서는 결국 전방위 금리인하 압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디플레이션 가능성 때문에 큰 걱정"이라면서 금리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데 이어 금통위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 세계적 통화완화 흐름 속에서 우리만 거꾸로 갈 수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은이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시장에 끌려가는 형국"이라며 "현재와 같은 수동적 대응으로는 제로 바운스까지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이 안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솔직히 이 총재보다 경제부총리나 정치권의 시그널이 더 정확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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