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포퓰리즘은 좌파 정부와 직결돼왔다. 미래를 감안해 나라 곳간이나 시장원리를 생각하기보다 당장의 여론에 영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이후 쏟아내는 정책들이 좌파보다 더 포퓰리즘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좌파 포퓰리즘은 재정을 파탄내기 때문에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던 여권이지만 정작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신들이 폄하했던 좌파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선거기간에 내세웠던 공약들이 재정을 생각할 때 수행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데도 전방위로 밀어붙이는가 하면 경기를 살리는 추경이 아닌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추경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등 '우파 포퓰리즘'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여기에 대선기간에 대세였던 대기업 옥죄기는 김승연 한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연이어 구속되면서 기업들에 '포비아(공포증)'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인수위가 지난달 주문한 '공약 소요재원 추계'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당선인이 공약집에서 밝힌 연간 27조원(5년간 135조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됨에도 박 당선인이 "공약 수정은 없다"고 밝히면서 재정당국은 발을 구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시도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지방소비세 비율을 20%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런 생각이 현실화하면 중앙정부는 매년 12조원(지방소비세 8조원, 무상보육비 1조3,000억원, 취득세 보전 2조9,000억원)을 지방에 더 보전해줘야 한다. 결국 중앙정부는 매년 최소 39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올 예산(342조원)을 기준으로 11.4%에 달하는 돈이다.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은 대표적인 금융 포퓰리즘이다. 기금규모를 축소해 적게는 3조원, 많게는 10조원으로 출발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국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확보가 녹록지 않자 정부는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경기부양을 위한 28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 이후 4년 만이다. 부양을 위한 추경이 '복지과잉'으로 복지예산을 위한 추경으로 변질되는 셈이다.
경제민주화는 이제 '민주화'를 넘어 포퓰리즘화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제민주화만 강조하다 보니 기업인에게 실형이 과도하게 선고되는 듯한 인상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