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대책에 기댄 주택시장 정상화


지난달 19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언급이 주택 시장에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주택 거래가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시장 침체'라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발언 요지다.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 후 현재의 주택 시장 상황이 정상화로 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반짝 대책효과 후 또다시 길고 긴 침체로 회귀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사실 현재의 시장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반대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기존 주택거래량을 살펴보자.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통해 잠정 집계된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495건. 7월부터 10월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추세와는 사뭇 다르다. 10월의 1만889건과 비교하면 33.4%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거래량은 신고일 기준으로 집계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11월 거래량은 이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추세만으로 거래가 무조건 꺾였다고 단정해도 될까. 당장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의 7,447건과 비교하면 오히려 14.1% 늘었다. 신학기 학군 배정과 계약-잔금 납부까지의 시차를 감안하면 11월은 연중 주택거래 시장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세를 보이는 시점이다. 여기에 9~10월 주택거래에는 9·1대책이라는 정책 변수까지 작용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계절적 요인과 정책적 변수들을 감안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세차익 노린 분양시장만 열기

그렇다고 최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정상화'라고 낙관할 수만도 없다. 최근 매매거래 시장이 위축될 수 있음을 알리는 시장의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책 후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연일 강세를 보이던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 가격은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대책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단기간에 오른 가격을 아직 주택 수요자들이 적정가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거래 시장과 신규분양 시장의 탈(脫)동조화다.


매매거래 시장이 주춤해지고 있음에도 신규 분양 시장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지는 추세다. 수도권 분양 열풍의 진원지인 위례신도시를 따로 논할 필요도 없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광명역세권 등 서울 인접 지역은 물론이고 한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도 순위 내 청약마감 단지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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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신규 분양 시장은 매매거래 시장과 함께 움직인다.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수요자를 분양 시장에 끌어들이는 가장 큰 이유다. 오르던 집값이 다시 하락 반전한다는 것은 아직 집값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의미인데도 분양 시장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양 시장 속을 뒤집어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중장기 집값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는 모델하우스에 이른바 '떴다방'들이 경쟁적으로 진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돈'이다.

당장 내년부터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택지지구 아파트의 전매제한이 크게 단축되고 청약 당첨자들의 재당첨 제한도 없어진다. 이렇다 보니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되는 아파트에는 너도나도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은행에 맡겨봐야 예금금리는 연 2%밖에 안되지만 몇백만원짜리 청약통장으로 당첨만 되면 앉아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차익이 생기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지금 주택거래 시장이 정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과열이든 침체든, 실수요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이든 재고 주택이나 분양 시장을 움직이는 힘의 밑바탕에는 '대책'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 구조 변화시킬 '정책' 필요

대책은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 주사와 같다. 당장 통증이 없어지고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약효는 사라지고 오히려 고통은 더 커진다.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 스테로이드 농도는 강해져야 하는데 그럴수록 오히려 근육 자체는 더욱 망가지게 된다.

규제 철폐를 위해 국회에 상정된 부동산 3법을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의 바람대로 부동산 3법이 통과된다면 최근 회복세를 보인 주택거래 시장이 좀 더 표면적으로는 정상화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누구도 쉽게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기에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너무 불확실하다.

이제 대책 너머를 볼 때가 됐다. 정부 당국자들의 책상 서랍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단기 대책들은 이제 접어두고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좀 더 큰 그릇을 준비해야 할 때다. 바로 '대책'이 아닌 '정책'이다.

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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