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상식 바로 세운 통진당 대리투표 판결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가 통합진보당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 조직국장 백모씨와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당 내부경선이라고 할지라도 대리투표가 보통ㆍ직접ㆍ평등ㆍ비빌투표 등 선거의 4대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례가 나온 셈이다.


대법원의 이번 유죄 판결은 전국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10여건의 통진당 대리투표 사건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부정선거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된 인원은 모두 510여명으로 이중 490여명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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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당내 경선에도 일반적인 선거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대리투표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선거권자가 특정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위임하는 대리투표는 선거권자의 진정한 의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자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판결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조차 지켜져야 할 원칙이 어찌된 영문인지 불과 한달여 전에는 1심 법원에서 해괴한 판결을 내려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불렀다. 지난 10월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송경근 부장판사)는 "4대 선거원칙은 실정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만 적용되며 정당 경선에는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내 경선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헌법상 규정된 선거원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중차대한 오판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에도 어긋나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바로잡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의거해 독립적으로 심판한다고 한다. 재판이 여론에 휘둘려서도 안 될 일이지만 법관의 편향적 시각이나 개인적 가치관에 좌우된다면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한순간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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