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악성부채가 늘어난다] 생계용 주담대·2금융 저신용 대출 급증세… 부실 시한폭탄으로

빚상환용 주담대도 4배 껑충… 중신용등급자까지 빚 굴레

LTV·DTI 규제 완화 이후 저축은행·상호금융기관은 담보가치 낮은 대출자 몰려

경기부진 속 한계가구 많아 금리인상땐 부채 악성화 심화

한 시중은행의 주택자금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경기 상황이 나빠지고 대출 규제에 따른 2금융권의 신용대출 증가로 악성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 /=연합뉴스

악성대출의 증가는 비단 한계가구의 금융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저소득가구의 생계난과는 별개로 대출기관의 부실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대책 완화를 계기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넘어온 주택담보대출은 시중은행 대출자산의 질을 저하시켰다. 시중은행들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빚 상환용으로 활용하는 등 '변칙운용'이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더욱 큰 문제는 2금융권이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은 주담대의 공백을 담보여력이 떨어지는 대출로 메우고 있다. 상호금융권에는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고객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특히 여기에는 한계이자 생활자들이 많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안병현 외환은행 리스크관리 전무는 "시중은행은 여신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2금융권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생계자금 용도 주담대 2배 급증…중신용등급도 빚의 굴레에=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빚을 갖고 있는 가계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가 부채상환부담률(DSR)이다. 원리금상환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값인데 수치가 높을수록 그만큼 빚 부담 역시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저소득(소득 1분위) 가구의 DSR는 68.7%로 1년 만에 무려 26.5%포인트가 늘었다. 통상 DSR가 40%를 넘으면 가계부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시중은행 고객인 6등급 이상자들에게서도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8월 9개 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 중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은 48.4%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11년(58.4%)을 마지막으로 3년째 40%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대출금 상환용도의 주담대 비중은 2007년 5.6%에서 2012년 22.0%로 4배가량 증가했다. 생활비가 부족해 빌리는 생계자금 용도도 2011년 4.9%에서 2013년 10.8%로 두 배 올랐다. 중신용등급자들조차도 새로운 빚을 내 기존의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규제가 만든 악성부채…불안한 상호금융=가계대출의 악성화는 금융기관의 부실화 우려도 키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호금융업계는 가계대출 문제의 첫 번째 진앙지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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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업계는 정부가 대출규제(LTV·DTI)를 완화한 후 2금융 대출자들이 은행으로 무더기로 옮겨가면서 담보 가치가 낮은 대출과 햇살론과 같은 정책금융상품,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다.

신협에 따르면 7월 1,808억원 규모였던 주담대 증가액은 규제 완화 직후인 8월 116억원으로 10분의1 이하로 줄었다. 주담대 감소에도 신협의 여신 잔액 규모는 8월 36조4,823억원에서 9월 36억8,105억원, 10월 37조688억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주담대 외 다른 대출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새마을금고는 정부가 보증해주는 햇살론에 집중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햇살론은 정부 보증률이 최대 95%에 이르기 때문에 채무자에게 돈을 떼여도 금융사로서는 부담이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금융사들의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연체율도 9.7%에 이른다. 새마을금고 햇살론 취급 건수는 1월 12만건에서 10월 14만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금액도 1조1,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되면 부채 악성화 심화=더욱 큰 문제는 부채의 악순환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채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가처분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경기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계가구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및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 등을 우려한다.

특히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활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하다. 가계부채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자영업가구의 금융부채는 2014년 현재 1억1,909만원으로 가처분소득의 240%에 달한다.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금융부채를 청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도 잠재적인 시한폭탄이다.

5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5년 변동금리)을 받았다고 치면 대책 이전까지는 최대 2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3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5년 후 집값이 20% 떨어지면 대출한도는 2억8,000만원으로 줄어 7,00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주담대로 생활자금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빚을 갚기 위해 추가적인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채우석 우리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신규 대출 수요는 거의 다 주담대로 봐야 하는데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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