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20대 후반의 태권도 사범은 자식 둘과 부인을 데리고 스페인으로 이민을 떠났다. 월급을 받으며 현지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2년 뒤 따로 도장도 차렸다. 생활기반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고국이 생각났다. 제94회 전국체육대회를 위해 스페인 동포팀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최명호(62)씨는 벌써 10년째 전국체전에 참가하고 있다.
최씨가 이끄는 스페인 동포팀의 선수 대부분도 태권도 사범 출신이다. 골프 2명, 탁구 1명 등 3명의 선수가 전부지만 현지에서 무역사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기량을 갈고닦았다.
스페인 동포팀 선수들은 모두 50대 후반으로 메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지난 2005년 대회부터 9년째 참가하고 있지만 한 번도 메달을 딴 적은 없다. 그러나 고국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해마다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골프에 2명의 선수만 출전해 해외동포팀 가운데 선수단 규모가 가장 작은 아르헨티나 동포팀도 20여년간 해마다 한국을 찾고 있다.
1987년 9월 처음으로 전국체전 참가 승인을 얻은 아르헨티나 동포팀은 지금까지 동메달 1개를 딴 게 유일한 수상 실적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입상보다는 고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유종완(61) 아르헨티나 동포팀 단장은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3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면서 "경비가 많이 들어 한국에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고국은 언제나 부모처럼 해외동포를 맞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체전에는 총 17개 해외동포팀 1,0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해외동포팀은 국내 17개 시도대표팀과 달리 순위를 따로 집계한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해외동포팀은 시도체육회의 지원을 받는 국내팀과 달리 개인 돈을 들여 훈련하고 한국을 찾는다"며 "더 많은 동포가 고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축제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