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20대 초반의 나이에 생이별한 남편 심의면(생존 시 89세) 할아버지의 소식을 63년간 오매불망 기다리던 故 최정숙(87) 할머니는 지난 5월 끝내 눈을 감았다.
평생을 홀로 딸 영순(68) 씨를 키우며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편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최 할머니였다. 그러나 그 간절한 소원은 끝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매번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대면상봉은 고사하고 화상상봉 기회도 얻지 못했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도 아버지의 생사라도 알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씀을 남기셨어요. 나중에 제가 (아버지를) 찾게 되면 '평생 당신만을 기다렸노라'고 전해달라고."
故 최 할머니의 딸 영순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2010년 11월 이후 중단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재개를 위한 실무회담 소식이 최근 전해지면서 고령으로 생(生)이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이산가족과 유명을 달리한 2세대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에 따르면 도내 이산가족 신청자는 7월 말 현재 모두 4천299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00년 8월 15일 제1차 상봉 이후 현재까지 13년간 18차례에 걸친 대면상봉으로 북의 가족과 얼굴을 직접 맞댄 도내 상봉자는 2.8%인 120명에 불과하다.
또 2005년 8월 이후 2007년 11월까지 7차례에 걸쳐 이뤄진 화상상봉을 통해서도 3%인 130명(28가구) 만이 북의 가족과 화면으로나마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25차례에 걸친 대면상봉과 화상상봉으로 북의 가족을 만난 도내 이산가족은 고작 5.8%뿐이다.
故 최정숙 할머니와 달리 생존한 고령의 1세대 이산가족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살아생전에 상봉할 수 있을지 체념한 상태다.
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2만8천842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43.4%인 5만5천960명이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반드시 정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