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발효 이후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과의 교역에서 2년 연속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1년 7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수출보다 수입 물량이 더 늘어난 탓이다. 주요 수입품목인 유럽산(産) 자동차의 관세가 다음달 1일부터 추가 인하를 앞두고 있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EU FTA 발효 3년차 교역·투자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對)EU 수출금액은 FTA 발효 3년 차(2013년7월~2014년5월) 기준 473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8% 증가했다. 대EU 수출은 발효 첫해와 이듬해 각각 12.2%, 4.8% 감소했으나 3년 차에 접어들며 처음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특히 FTA 발효 이후 2년 동안 떨어졌던 중소·중견기업의 EU 수출이 3년 차부터 오름세(14.1% 증가)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수입은 그 사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3년 차 기준 수입액은 547억달러로 전년 대비 12.5% 증가해 전체 무역수지는 74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2년 차의 무역수지 적자인 46억달러보다 28억달러 늘어난 수치다.
산업부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요 위축을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EU 전체 실업률이 4월 10.4%에 이르고 소비자신뢰지수가 기준치인 0을 밑돌고 있어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화 약세(원화 강세) 또한 무역 수지 적자의 이유로 꼽힌다. 원·유로 환율은 한·EU FTA 발효 이후 7.2% 떨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FTA 발효 이후 일본에서 들여오던 기계류 등의 수입처를 유럽으로 전환하는 '무역 전환 효과'가 나타났고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북해산 원유 수입이 늘어난 점도 적자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업계에서는 다음달 1일 유럽산 자동차 관세가 추가 인하되면 적자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1.6%인 1,500㏄ 이상 중대형 차의 관세율이 0으로 떨어질 경우 차 값 인하 효과는 차종에 따라 약 60만~12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저탄소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마저 내년 1월부터 실행될 경우 유럽차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만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증가율이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경쟁 국가를 앞질러 FTA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EU의 2013년7월~2014년3월 기준 수입 변화율을 보면 한국이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해 △일본(-8.0%) △중국(-0.2%) △미국(-1.7%)을 앞질렀다. FTA 효과로 한국이 EU 시장에서 선방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