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5시50분께 경기도 수원 아주대 종합관 대강당을 방문해 기다리고 있던 많은 학생과 만났다. 이 학교 총학생회가 마련한 '김우중과의 대화' 저자 초청강연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아주대는 김 전 회장이 지난 1977년 인수해 투자를 해온 곳이다.
교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강단에 오른 김 전 회장은 면바지에 캐주얼 정장 겉옷을 걸치고 밤색 스니커즈를 신은 편한 복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저자 강연이 끝난 뒤 아주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10여분 간 인사말을 건넸다.
미리 적어온 인사말을 읽어내려가는 김 전 회장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떨렸다. 그는 "저는 그동안 우리 세대가 후대를 위해 세 가지를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여러분이 선진국의 첫 세대가 되게 하는 것"이라며 "제가 개발도상국 마지막 세대가 되겠다고 말한 지 2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는 통일된 조국에서 살도록 하는 것, 세번째는 후대가 세계 어디서든지 기죽지 않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저는 30대에 대우를 창업했으나 여러분은 40~50대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충실히 실력을 쌓아나가길 바란다"며 "저는 이미 미련이나 욕심을 가지면 안 되는 나이가 됐다. 봉사로 여기고 교육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발언 내내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던 그의 두 눈에서는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우그룹의 해체 이후 간직해온 아쉬움과 회한을 토해내듯 고개 숙여 인사하던 김 회장은 안경을 벗고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김 회장이 강단에서 내려오자 추호석 아주대 법인 이사장, 안재환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아주대 재학생 등 800여명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앞서 '김우중과의 대화' 저자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오후4시40분부터 1시간가량 '신흥시장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세계경영의 정신, 전략과 조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