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자본시장 발전 방향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다. 금융시장에서의 자유방임은 시장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도 적절한 규제와 통제가 없어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대공황이다. 당시 증권업을 할 수 있었던 은행이 주가 폭락으로 인해 대규모 도산 사태에 이를 때까지 미국의 정부나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을 방치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이 붕괴됐던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을 계기로 은행과 증권 업무를 엄격히 분리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됐으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틀도 이 당시 미국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이처럼 규제 속에서 성장해왔던 금융산업은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더 이상 규제에 의지할 수 없게 됐다. 통신과 정보기술(IT)의 발달 및 융합으로 인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금융거래와 상품이 등장하는 금융혁신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대공황의 경험을 통해 금융산업을 규제해왔던 미국은 지난 70년대 중반 수수료 자유화를 시작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이러한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포브스지의 소개에 의하면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옳은 것과 옳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사이의 경계선을 넓히며 경쟁사들보다 앞서 나아가야 한다. 경계가 어디인지는 준법감시인이 알려줄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이미 규제의 한도를 극복하며 금융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은 이른바 ‘네거티브 시스템’을 통해 시장 참가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이다. 그동안 불편함과 안락함이 공존하는 규제 안에 안주하던 국내 증권업계는 이제야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셈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듯 울타리 바깥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권업계와 증권업계 종사자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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