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연례 심포지엄에서 벤 버냉키(사진)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힌트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010년 이 심포지엄에서 2차 양적완화를 시사해 세계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FRB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미 국채와 모기지채권 등을 2조3,000억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최근 뉴욕금융시장에서는 QE3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미 국채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1.38%로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1일(현지시간) 현재 1.86%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2%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불과 한달 전에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추가 경기부양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최근 경기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8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73.6으로 전월의 72.3보다 상승했다. 경기선행지수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콘퍼런스보드는 경기선행지표가 7월에 0.4% 높아졌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0.3%를 웃돈다.
또 미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과 최근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추가 양적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21일 CNBC에 따르면 밥 재뉴어 노무라증권 투자전략가는 최근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잭슨홀 미팅에서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시장을 실망시킬 것"이라며 "FRB가 12월에나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부양조치를 발표할 경우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에릭 그린 TD증권 애널리스트는 "FRB가 상당한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버냉키 의장이 정치적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FRB 내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이 너무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경제적인 문제는 재정개혁으로만 풀 수 있다"며 FRB의 추가 부양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FRB의 적극적인 조치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빈센트 레인하트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버냉키 의장은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며 추가 경기부양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75%로 올해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