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규모가 외환위기 이후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경제의 불확실성과 설비투자 위축' 보고서를 통해 "경제의 불확실성과 설비투자 순환변동치의 상관계수는 지난 1990~1997년 -0.24에서 1998년 이후 -0.48로 커졌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두 배가 된 셈이다.
설비투자함수를 분석해보면 경제의 불확실성과 설비투자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설비투자계수는 -1.62로 경제성장률 다음으로 영향력이 컸다.
국내총생산(GDP)의 설비투자계수는 3.6이었다. 이는 GDP가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설비투자는 3.76% 포인트 증가하는 반면 불확실성이 1%포인트 증가하면 설비투자가 1.62% 포인트 감소한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포트폴리오 투자를 위주로 한 해외자본 유입량이 늘면서 해외의존도가 높아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설비투자 경향도 단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전에는 경기에 선행한 투자가 3분기, 경기를 뒤따르는 투자가 2분기 동안 지속됐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선행 투자와 후행 투자 모두 1분기 내로 단축됐다. 이는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보다 경기흐름에 맞춰 단기적인 투자활동에 치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설비투자는 올해 3ㆍ4분기까지 감소세를 지속하고 4ㆍ4분기 역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는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