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중기, 엄마 같은 손길로 큰다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영화가 올여름 극장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 '링링'은 실제 고릴라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 디지털 캐릭터다. 고릴라의 표정이나 움직임 그리고 바람에 휘날리는 털 한 올 한 올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영화관계자들도 상당히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에서 선보인 시각특수효과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영화감독이 처음 제작을 준비할 때는 특수효과를 '스타워즈'제작자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세계적인 특수효과 전문회사에 의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에 포기했다. 그리고는 직접 회사를 만들어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마침내 영화는 개봉됐고 세계 정상급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시각효과 전문회사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독일 기업 섬세한 정부지원으로 성장

우리는 첨단기술이 예술ㆍ인문학 등과 결합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화 단말기인 하드웨어가 다양한 콘텐츠라는 소프트파워와 만나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한 기기가 만들어졌다. 특수효과 영화도 정보통신(IT) 기술과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 예술이 융합해 탄생했다. 이처럼 융ㆍ복합 산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은 과거의 고착된 시선을 버리고 엉뚱한 관점의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1990년대까지 2D(차원) 애니메이션 분야의 선두주자는 단연 '월트 디즈니'였다. 이 회사는 "컴퓨터 그래픽은 우리 분야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3D 애니메이션을 등한시 했다. 결국 2000년대부터 '슈렉' '니모를 찾아서'등 컴퓨터 그래픽에 기반한 히트작을 만들어낸 '픽사'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다행히도 유연성과 기동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만 더해진다면 발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흐름에 대응해 창조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


얼마 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이 압승을 거뒀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의 기록을 깨고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언론은 부드러운 포용력을 기반으로 모성적인 지도력을 발휘한 메르켈의 '엄마 리더십'이 독일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분석한다. 구제금융으로 버티고 있는 다른 EU국가와는 달리 독일은 유럽 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독일 경제가 이처럼 탄탄한 체질을 갖게 된 배경에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중소기업이 있었으며 그 뒤에는 바로 메르켈 정부의 섬세한 지원정책이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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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지원 정보제공 등 실질 도움줘야

기업들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연구개발(R&D) 역량 지원 못지않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 마음 놓고 편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독일 정부는 기업의 낭비요소가 없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유럽연합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분석해 한발 앞서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 같은 정부의 '엄마'와 같은 배려와 뒷받침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필자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우리 정부도 국민과 기업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 정부'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구호로만 들렸던 얘기가 온라인 기업민원 포털사이트인 '기업지원플러스(G4B)'를 알게 된 후 피부로 와 닿았다.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할 때까지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R&D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회사를 꾸려나가다 보면 자금 못지않게 인력도 부족하고 정보 또한 부족해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이런 현실에서 기업지원플러스는 기업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각 부처별 자금지원 정보를 한자리에서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혹시나 빼먹는 것이 있을까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녀야 했던 것이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은 기업과 조직 그리고 직원 모두가 자유로운 발상 속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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