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술에서 생활로] (2) 무선으로 통하다

싱가포르 "노트북은 생필품… 모바일 천국"<br>일본도 이용자 9,000만명 달해 이통가입자 80% 넘어<br>정액제·무선망 개방·업체간 경쟁으로 대중화 열어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주요한 생활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싱가포르의 노천 카페에서 한 시민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웹서핑을 즐기고 있다(위). 일본의한양판점에 서는한이동통신사가 무선인터넷 가입자를 모집하기 위해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1엔에 노트북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트북이 단돈 1엔.' 일본 도쿄에 있는 가전 종합 양판점인 '빅카메라(BIC CAMERA)'에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광고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쿄 최고의 번화가인 긴자(銀座) 중심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 양판점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만명이 찾는다. 가전업체들이 이동통신업체 등과 손잡고 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가격이 일반 매장보다 훨씬 싸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트북이 단돈 1엔'이라는 빅카메라의 광고판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넷북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의 후발 이동통신사인 e모바일이 무선인터넷 정액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이벤트였다. 2년 약정을 하면 넷북을 거의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공짜폰'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앞에서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물어봤다. 야마구찌(山口)라는 이 직원은 "e모바일이 최근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최근 우리 매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e모바일은 이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1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이통사 전체의 6개월 순증 가입자 수와 맞먹는 수치다. 일본에서 모바일 인터넷은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다. 일본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는 약 9,000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80%를 훌쩍 넘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일본 어디를 가나 휴대폰을 들고 인터넷을 하거나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무선인터넷을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긴자에서 불과 15분 거리에 있는 가미야초(神谷町)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커피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무선인터넷이 생활화됐다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일본에서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된 원인을 스티븐 리 리서치온아시아(ROA) 사장은 정액제와 무선망 개방 활성화, 그리고 업체 간 경쟁에서 찾고 있었다. 리 사장은 "일본은 유선보다는 무선인터넷에 주력해왔다"며 "특히 무선망 개방과 정액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e모바일과 같은 업체들이 치고 나오면서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싸고 간편한 인터넷과 단말기의 대중화가 바로 손안의 인터넷시대를 연 것이다. 움직이는 인터넷 사용은 싱가포르에서는 더 흔하다. 싱가포르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오처드(Orchard) 부근 이그저터(Exerter) 거리에 있는 현지 최대 통신사 싱텔 로비.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백화점이나 공원 부근에서도 컴퓨터를 켜놓고 인터넷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와이셔츠 차림의 회사원들은 노트북을 '생필품'인 양 들고 다니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를 왜 '무선인터넷의 천국'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맘 놓고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노트북PC만이 아니었다. 무선인터넷 정책을 묻기 위해 싱텔을 방문했을 때였다. 시아분총(謝文聰) 싱텔 기업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보여줬다. 휴대폰을 통해 가격 비교를 할 수 있게 만든 '새비 쇼퍼(SAVVY SHOPPER)'라는 가격비교 기능이었다. 그는 "이 기능은 상품의 바코드를 읽고 이를 다른 것과 가격 비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요즘과 같은 불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선인터넷의 발전은 이동통신과 광대역 무선인터넷 가입자의 급속한 증가로 이어졌다. 과거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IDA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3세대(3G)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지난 2006년 초 31만7,000명에서 2년 후인 2008년 말 247만3,600명으로 무려 8배나 늘었다. 현재 싱가포르의 인구가 484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2명 중 1명은 3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3G 가입자 비중인 약 35%와 비교해도 15%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또 무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도 1년 만에 120만명 이상 늘어 현재는 80%에 육박하는 373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무선망의 발전은 연관 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노트북 시장의 발전은 놀라운 것이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전자 싱가포르 주재원인 연경희 차장은 "싱가포르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2006년에만 노트북 판매량이 40% 이상 증가했다"며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선인터넷 관련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무역과 금융이 싱가포르를 먹여 살렸다면 지금은 무선인터넷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