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4일] 예언자(?) 강만수

정부의 발언과는 거꾸로 놀던 환율이 오랜만에 예측대로 맞아떨어졌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13일부터는 환율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다행(?)히도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경제 수장의 무모할 정도의 단정적인 환율 예측이 맞아떨어지자 기자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혹여 환율이 또다시 당국자의 발언과 반대로 흘러 갈 경우 정부가 입게 될 신뢰의 상처는 더 커지고 이는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감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정부의 말과 반대로 움직이면 돈을 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9월 하순 이후 시장은 수시로 정부의 정책이나 발언과는 반대로 흘렀다. 10월1일 키코 손실 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발표하자 환율은 올랐고 7일에는 총리와 장관들이 모여 외환시장 안정책을 논의했지만 당일 환율은 59원이나 급등했다. 이후에도 환율 변동폭이 200원을 넘어설 정도로 정부의 발언은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던 게 현실이었다. 물론 최근의 외환시장은 불확실성에 따른 원화 투매와 단기이익을 노린 투기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분명 흘려 넘길 수 없는 점은 시장을 압도하지 못하는 정책이나 당국자의 절제되지 않은 발언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고환율정책의 뉘앙스를 풍긴 경제 수장의 연이은 발언, 3개월 단위로 바뀐 정책 기조, 여기에 최근 달러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해외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장관의 발언 등은 한결같이 시장과 엇박자를 이뤘다. 그럼에도 경제 수장의 발언은 여전히 직설적이고 정제돼 있지 않다. 심지어 민간연구소의 전망치를 전제로 했지만 강 장관은 “(적정환율을)대략 1002원을 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부의 목표환율이 1,002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고위직을 역임했던 한 관료는 “거시정책, 특히 환율정책은 공기와 같아서 국민이 의식하지 못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투박한 관료들의 정제되지 못한 말의 성찬을 듣는 것도 이제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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