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서 1번 레인은 처음”이라며 다소 불안해 했던 박태환(22ㆍ단국대). 그러나 결선에서의 역영은 불안감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완벽에 가까웠다.
‘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22ㆍ단국대)이 너무도 가볍게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24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04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3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이로써 박태환은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 400m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겪었던 출전 3종목 결선 진출 좌절이라는 아픔도 깨끗이 씻어냈다.
1번 레인에서 출발 반응속도 1위(0.67초)로 입수한 박태환은 150m 구간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1위를 넘어 세계 신기록 페이스였다. 이후 200m 구간에서 2위로, 250m 구간에서 3위권 밖으로까지 처졌던 박태환은 300m 구간에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 1위를 되찾았다. 이어 350m 구간에서 2위 그룹을 자신의 발끝에 놓을 만큼 압도적으로 치고 나간 박태환은 올 시즌 400m 세계 랭킹 1위 쑨양(중국)과 세계 기록(3분40초07) 보유자 파울 비더만(독일)을 각각 1ㆍ2초 이상 차이로 여유롭게 따돌리고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2위 쑨양은 3분43초24, 3위 비더만은 3분44초14에 그쳤다.
박태환은 결선에 오를 수 있는 ‘8강’ 중 7위의 기록(3분46초74)으로 파이널 무대에 섰다. 예선 7위는 결선에서 1번 레인에 서야 했다. 예선 1~3위가 각각 4ㆍ5ㆍ3번 레인에 배정받는다는 것을 잘 아는 박태환은 경쟁자들을 한쪽으로 몰아넣는 전략을 선택했다. 작전상 2번 또는 7번 레인을 노린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턱걸이로 예선을 통과할 만큼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바로 옆의 벽 탓에 물살의 반동이 심한 1번 레인은 작전에 없던 배정이었다.
이러한 악조건을 딛고 당당히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금메달에는 만족하지만 세계 기록 경신은 아쉽다. 욕심을 냈지만 1번 레인이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 “그래도 치고 나가자는 생각이 들어맞았다. 내년 런던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박태환은 25일 자유형 200m 예선과 준결선을 거쳐 26일 오후 7시께 결선에 나선다. 이 종목에는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6)도 출전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펠프스에 뒤져 은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27일 자유형 100m 예선ㆍ준결선에 이어 28일 결선을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