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국립장애인도서관 설립 서두르자


미국 카네기 재단에서 만든 도서관들을 통해 빌 게이츠라는 훌륭한 경영인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 없이 대학생활을 보냈던 나의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점자책 한 권을 보기 위해 영국의 왕립기구인 RNIB(Royal National Institute of The Blind)에 편지를 보낸 뒤 두 달여를 기다려 점자책 한 권을 받아볼 때의 감회와 서글픔. 녹음도서 한 권을 빌려보기 위해 미국 RFB(Recording For The Blind)에 편지를 쓰고 기다렸던 일들이 30년 전 이건만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늘날의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30년 전만큼의 아픔을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불편함과 서러움이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나보다 더 깊을 것이다. 내 대학시절은 우리나라 복지가 막 출발하던 시기였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선진국 국가모임인 주요 20개국(G20)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하는 경제 대국이 됐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아직까지도 책 없이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이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독서권 확보를 위해 국립시각장애인도서관 설립은 그간 여러 차례 시도됐다. 그러나 정부의 반대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서 지난 10여년간 이런 시도는 제대로 열매 맺지 못했다. 책 없이 대학공부를 했던 나의 아픔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각장애인 후배들에게 대물림돼가는 대한민국 복지의 현주소를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국립장애인도서관 설립에 대한 도서관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발의한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이번 개정안이야말로 18대 국회에서 시도되는 마지막 기회이기에 장애인 모두가 거는 기대가 크다. 그간 시각장애인 독서권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많이 시도됐으나 제도적인 틀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적인 노력들은 개인적 성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책적 부재를 가져왔다. 이번만큼은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 책 없이 공부해왔던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아픔이 위로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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