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다국적 제약사들이 떠나는 이유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한국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제약회사 로슈도 안성공장을 철수하기로 했다. 한국에서의 기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대목이다. 1985년 설립된 한국로슈는 65명의 직원이 25개 의약품을 생산해 2004년 5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장이 철수하면 고용과 생산이 줄어 국가적으로 그만큼 손실이다. 이제 한국에 생산기지를 둔 외국계 제약회사는 몇 안 된다. 한국로슈에 앞서 한국노바티스ㆍ한국릴리ㆍ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국내공장을 매각했으며 백신업체인 한국와이어스도 공장문을 닫았다. 제약업체들이 잇달아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의 기업입지가 그만큼 경쟁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로슈측은 스위스본사의 글로벌생산시설에 대한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껄끄러운 노사관계와 까다로운 특허절차 등 기업규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2년 95일간이라는 장기파업 등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은 한국로슈로서는 한국탈출을 오랫동안 검토해왔을 것이 분명하다. 제품생산이 자동화되고 무역이 발달하면서 굳이 임금이 비싸고 노사관계도 좋지 않은 한국을 고집할 리가 없는 것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약을 개발해놓고서도 특허가 빨리 나오지 않아 상품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외국업체의 불만이다. 다국적제약업체들의 잇따른 공장철수가 초래하는 후유증은 크다. 의약품 수입이 계속 늘어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다. 2004년 16억달러였던 의약품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20억달러로 25%나 늘었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우리의 미래성장동력이 둔화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더 큰 문제는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국 등 인근 경쟁국으로 옮겨가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국적제약업체들의 잇따른 한국철수를 예사롭게 보아서는 안될 일이다. 외국인투자는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 있는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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