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특허 만능주의에 빠진 애플] <하> 위기의 혁신 아이콘

잡스의 상상력 잃은 'i' 고객 신뢰도 잃어… "조립업체 전락" 비판

혁신적 제품 사라져 실적·점유율 곤두박질

창조적 상생전략 펼친 삼성에 선두자리 내줘

"파괴력 있는 상품 안나오면 암흑기 맞을 것"


"혁신 없는 애플은 더 이상 애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지가 애플에 대해 최근 내린 평가다. WP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의 아이콘'답지 않게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더 이상 내놓지 못해 위기에 봉착하며 비틀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실망감은 주가로도 드러난다. 잡스 사후에 한동안 승승장구하며 한때 시가총액이 6,000억달러(약 625조원)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거기까지였다.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2,500억달러(264조원)로 반 이상 줄어들며 추락을거듭했고 지난 3월 초에야 아이폰5S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4,635억달러(497조원)로 다소 반등했다.


실적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2011년 4·4분기에 131억달러로 분기 최고 순이익을 기록했고 지난해 4·4분기 131억달러를 기록한 것. 반면 삼성전자는 2011년 4·4분기 37억달러에서 지난해 4·4분기 75억달러로 두 배가량 지속 성장을 보였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2013년 기준 삼성전자가 32.3%로 애플(15.5%)보다 두 배가량 앞선 상태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애플은 잡스 사후 제품에 적용되는 혁신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시장의 실망이 커졌다"며 "그러는 사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월하고 LG전자와 중국 업체들이 애플에 맞설 경쟁력을 갖추면서 애플이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

◇애플은 특허, 삼성은 상생=잡스 사후 애플의 혁신 상실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위성방송 뉴스 채널인 '스카이뉴스'의 경제부 편집장이자 블로거이면서 '실물경제(Real Economy)'의 저자인 에드 콘웨이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에게 보낸 편지 사건이다.


콘웨이는 자신의 블로거에 편지 형식의 글로 "(자신은 15년 가까이 애플 제품만을 고집해온 애플 마니아지만) 잡스 생전의 '혁신'이 사라지면서 '평범한' 회사로 전락해가고 있는 애플에 더 이상 매력이 없다"며 "앞으로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아이폰을 버리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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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애플이 소문으로만 돌던 저가형 모델을 공개하면서 잡스 사후 '혁신이 멈췄다'는 혁신 부재론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5C' 출시는 애플 스스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하나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포기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국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속내인데 외신들은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잡스 없는 애플이 리더십 부재로 주춤하는 사이 추격자였던 삼성전자는 혁신제품과 동종업계 간 공생전략을 통해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선두자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최근 구글·시스코 등과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하고 지속적으로 위기를 강조하며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애플은 잡스라는 멘토 부재로 혁신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선두자, OS에서도 밀려=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 순위에서 애플은 2012년 26위에서 지난해 79위로 밀렸다. 또 다른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의 혁신기업평가에서도 2012년 1위에서 2013년 13위로 추락했다. 순위가 하락한 데는 공통된 평가가 있다. 2004년 '아이팟 미니', 2007년 '아이폰', 2011년 '아이패드' 등의 혁신 행진이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후 출시된 아이폰4S와 아이폰5, 아이폰5S 등의 제품은 혁신 스펙을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다. 심지어 보급형 모델로 출시된 아이폰5C는 당초 계획보다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서 시장 선두자로서의 지위 상실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혁신의 상징이라며 자랑하던 운영체제(OS)에서도 안드로이드 진영에 추격당하며 맥을 못 추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OS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67%, iOS 28%로 크게 벌어진 상태다. 태블릿PC 시장에서도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장점유율 50%가 무너진 지 오래고 30% 아래로 떨어질 위기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해 태블릿PC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애플이 기존의 혁신을 뛰어넘는 파괴력 있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며 암흑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서 레빈슨 애플 이사회 의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애플이 잡스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IT업계의 소문난 독설가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도 최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에는 쿡을 비롯해 여전히 재주가 있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잡스는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라며 현 애플의 경영진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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