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3월 26일] 중소기업들이 뿔났다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는 역시 대기업 편이었나. 중소기업이 지난 7일부터 20일간 ‘목숨 걸고’ 했던 투쟁이 허망하게 결론날 듯한 분위기다. 원자재값은 폭등하는데 납품단가는 왜 안 올려주냐며 납품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였지만 정작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요구한 만큼 올려주지 않고 있다. 정부도 원자재가와 납품단가를 연동시키는 게 ‘시장친화적이지 않다’며 ‘보류’라는 모호한 단어로 뾰족한 대안도 없이 흐지부지 넘어갈 태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참여정부 때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다가 직접 당부할 정도로 열심히 추진했지만 현장에서 쉽게 뿌리내리지 못했던 산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특히 이번에 주물업계와 자동차업계,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갈등은 갑을(甲乙) 관계로 굳어진 불합리한 거래관행에 ‘원자재값 상승’이라는 촉매제가 더해진 것일 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오랜 갈등 관계와 다를 게 없었다. 기업 CEO 출신 대통령의 정부가 들어서면 뭔가 달라지리라 예상했던 중소기업들은 그 ‘첫 시험대’가 된 원자재값 갈등이 수습되는 과정에 그만큼 관심이 높았고 기대 또한 컸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는 대기업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단가가 문제”라고 핵심을 콕 찍어 말한 터였다. 대책을 만들겠다고 앞 다퉈 나서는 책상물림 공무원들을 오랜 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겉도는 형식적 협상에 이어 선거공약으로까지 내세웠던 원자재가 납품단가연동제도 일단 보류한다는 소식에 중소기업은 ‘설마’하는 못 미더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단가를 최대한 내려본다지만 계약서의 ‘한계’를 경험해온 현장의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대기업 경쟁력의 50% 이상은 중소기업에서 가져간 것인데 대기업은 여전히 모두 ‘자기 덕’이라고 생색낸다”는 쓴 소리는 언제까지 회자돼야 할까. 이 대통령이 기업인에게 열었다는 핫라인이 중소기업인에게까지 닿기는 아직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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